대학 친구 중에 방학 때마다 SDA학원에 다니던 애가 있었다.

학원 수업 중에 다섯가지 감각 중에서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포기할 것인가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친구는 후각을 골랐다고 했다.

그 애는 냄새 정도 못 맡는 것은 사소한 장애라 생각한 모양이다.

 

냄새를 맡지 못한다면 맛도 제대로 느낄 수 없고, 만약 눈에 보이지 않는 유독가스라도 살포된다면 죽을수도 있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라면 어떤 감각을 골랐을까 생각해 봤는데 어떤 감각도 포기하기 힘들었다.

모든 감각이 살아가는데 필수니까.

하지만 이 여인, 생후 19개월만에 시각, 청각장애를 입고 평생을 어둠과 고요 속에서 살아야했던 헬렌 켈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인물의 좋은 점, 위대한 점만 부각시키는 어린이용 위인전 내용 정도로만 알던 그녀의 일생을 읽으면서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친구의 말에 어떤 감각도 포기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던 그 기억을.

그녀의 글,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은 장애가 없는 건강한 사람이 누리는 행복을 새삼 깨닫게 되는 글이다.

그러나 매우 이른 나이에 시각을 잃은 사람이 갑자기 볼 수 있게 된다면 주변의 익숙했던 사물과 사람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생각만 하던 것과 직접 보는 것과의 괴리가 너무 커 적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 글을 쓸 당시에 헬렌 켈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보고 싶었을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손 끝으로 밖에 읽을 수 없었던 세상을, 후각에 의지해 느꼈던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볼 수 있어도 보지 못하고 들을 수 있어도 듣지 못하는 사람들을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책은 엄청 두껍고(552쪽),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헬렌을 돕는 사람들, 이용하는 사람들, 성공과 실패, 생활고와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 장애인의 권리확보를 위한 많은 노력들에 대한 내용들이 계속 반복된다.

나중에는 살짝 지겨워질 만큼.

가끔씩은 피상적으로만 아는 편이 더 좋을 때가 있다.

나에게는 헬렌 켈러의 일생이 그렇다.

책을 볼 때 구입하는 것이 망설여지는 책은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책에 소개되었던 영화 'Miracle Worker'를 DVD로 가지고 있다.

헬렌 켈러의 이야기가 궁금해서가 아니고 일본 만화 '유리가면' 땜에 구입했었다.

영화를 보면서 만화의 장면을 떠올렸던......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보다 만화 유리가면의 그 부분을 다시 읽고 싶다는......

 

...... 책에는 사진이 많이 실려있는데 같은 사진에 서로 다른 설명이 붙어 있는게 있었다.

앤과 헬렌, 남자와 개가 같이 찍힌.

첫번째 사진 설명이 맞는 것 같다.

사진이 반복해 실린 쪽 수가 잘 생각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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