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생 시절부터 일기를 썼다.
한참 열심히 쓸 때는 한 해에 세가지(일과만 적은 것, 감상을 적은 것, 교환일기) 일기를 썼다.
결혼 후 그동안 썼던 일기를 몽땅 태워버렸는데 이유는 '살아온 삶이 너무 구질구질하게 느껴져서' 였다.
아이가 생긴 후에는 육아일기(를 빙자한 신세 한탄)를 썼고, 3년 일기를 쓰기도 했다.
3년 일기는 똑 같은 일기장을 3년이나 써야한다는 것이 지겹기도 하고, 작년에 했던 실수, 고민, 후회를 올해 또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괴로워 한 번 시도하고는 끝냈다.
2011년에 어머니 유품을 정리하고 돌아온 뒤 그동안 끄적였던 모든 것들을 또 몽땅 태워버렸다.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진데다, 가족들에게 가고 없는 사람의 물건을 남아서 정리해야 하는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추켜들었을까.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세월이 지나도 부끄럽지 않은 일기를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잘 읽어보고 내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일기를 써 보리라!
몇 줄 읽어보고 나니 궁금함은 후회로 바뀌고 만다.
번역이...... 책 내용 파악하는 것을 방해한다.
마치 내가 원서를 읽으면서 번역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직독직해라고 하나? 뭐 그런 느낌.
나는 애정 어리고 아마도 감상에 젖은 마음으로 우리 고양이들에 관해 쓸 수 있으며, 내 정신적인 발전을 뒷받침하는 기도와 생각을 옮겨 적을 수도 있다. -19쪽
나는 이런 활용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으며, 이런 식으로 활용된 일기를 늘 즐겨 읽어오고 있다. -19쪽
동시에, 심지어 우리가 자신의 일기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을 때조차도, 덜 우려스럽게 자기중심적이거나 이기적이도록 만들 수 있다. -22쪽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일기쓰기에 관해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그것의 거칠고 두서없는, 종종 아주 비문법적이며, 또한 변형된 낱말을 갈구하는 스타일은 나를 어느 정도 괴롭혔다." -26쪽
심사숙고할 때면 우리의 생각은 종종 덜 다양해지고 더 제한되는 듯하다. -29쪽
일기를 처음 써보려는 사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일기를 쓰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내용이기는 하다.
하지만 글이 매끄럽게 읽히지 않아 내용 이해를 방해하므로 여러 번 읽어야 한다.
원작을 그대로 번역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일기를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감성적인 활동을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니까 원서 내용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의역을 해도 되지 않나 싶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술술 읽히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