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에 부응하느라 스마트폰을 장만했다.

나에게 핸드폰이란 그야말로 '핸드'의 '폰'이다.

스마트폰으로 바꿨다고 '폰'을 '스마트'하게 쓰지 못한다.

일단 게으르고, 재미가 없다.

 

대리점에서는 싸게 준다고 하면서 자기들 실속은 다 차린다.

1개월간은 반드시 가입해야하는 상품이 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올레TV인데 한 달 사용료를 받으면서 접속해 보면 순전 유료영화, 방송 뿐이다.

어쨌거나 한 달은 가입되어 있으니 그럼 공짜 영화나 좀 볼까 하고 여기 저기 뒤지다가 이 영화를 발견했다.

 

실은 우연히 알라딘 DVD에 들어갔다가 꼭 사고 싶었던 DVD를 발견했는데 이만원 안짝이라고 배송료를 물린다.

배송료 물고 싶지 않아서 다른 DVD를 살펴보다가 이 영화를 발견했다.

노란 표지 사진이 눈길을 끌었고, 주인공이 오다기리 죠라서 더 관심이 갔다.

이 일본배우는 이름을 모른채 사진만 볼 때는 일본인인줄 몰랐을 만큼 볼수록 잘생겼는데,

연기도 그동안 봤던 일본인 연기자와는 좀 다르다.

콕 찝어서 말하긴 그렇지만 느낌이 그렇다는 거다.

내용을 잘 몰라 망설이다가 장바구니에 넣는 걸 포기한 후 그날 저녁에 올레Tv에서 공짜로 볼 기회가 생긴거다.

 

일단 영화에 돈은 많이 안 들었겠구나 싶다.

영화의 주된 줄거리가 도쿄를 산책하는 것이라 줄창 걸어다니거나 뭘 사먹거나 구경하는 장면이 많다.

어려서 부모가 도망가고 양부모 밑에서 눈치보며 자란 주인공이,

바로 전까지만 해도 빌린 돈 갚으라며 목을 조르던 남자가 갑자기 돌변하여

자기와 도쿄산책을 해 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하자 거기에 응한다는 이야기이다.

 

두 사람은 걸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고, 단란한 가정을 경험해 본 적이 없던 주인공은

어려서 해 보지 못했던 일들을 해 보면서 산책을 제안한 남자를 가족처럼(혹은 아버지처럼)여기게 된다.

 

우연히 보고 영화가 맘에 들어 중고샵까지 뒤져 장만했던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같은 영화다.

계기는 엄청난 것 처럼 포장하면서 결국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내용을 보여주는 그런 영화.

그런 느낌을 받게 된 것이 영화 중에 산책을 제안한 남자의 아내가 다니던 회사 동료들이

'거북이......'에서 스파이면서 스파이 아닌 척 하는 사람들을 연기했던 그 배우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검색해보니 같은 감독이다. 어쩐지...

이 감독은 영화에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포장도 하지 않으면서 묘한 매력을 갖게 하는 사람인가 보다.

'거북이...'에서는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이 결코 평범한 것은 아니라는 ,

자기 삶에 대한 어떤 비범함을 찾게 되는 그런 영화였는데

'텐텐'은 내가 사는 동네를 그냥 일 없이 걸어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결국 사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할인중이라 가격도 싸다. 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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