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든 필연이든 자신만의 세계를 발견하고 그 길을 향해 가며
많은 것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여자들을 만났다.
나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며 방어적으로만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를 계획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산 적이 있었던가?
솔직히 왜 그렇게 살아야 하냐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태어났으니 꼭 뭔가를 이루어야 하는 걸까?
이렇게 무색무취로, 내가 살았던 흔적을 나 살아있는 동안에만 남기고
소멸과 함께 깨끗이 지워버릴 수는 없는 것일까?
거추장스러운 무덤도 필요없이.
솔직히 잘 꾸민 무덤이란 산 자를 위한 것이지 죽은 자를 위한 것은 아니다.
분에 넘치는 찬사, 미화되는 일화들.
나에 대한 추억은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기억속에나 자리잡기를 바란다.
세월과 함께 희미해져 가면서 따뜻했던 느낌만 남아있기를.
'산다는 건 어쩌면 이렇게 아무 질문도 필요없고,
어떤 희망이나 절망도 필요없는 담백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났기 때문에 그저 살아갈 뿐이라는 단순한 진리에 공감했다.' -1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