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대학이란 지성의 모임,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 토론으로 이루어진 지식의 장소였다.

지겹도록 길고, 지루하고, 힘든 시기를 거쳐 대학에 발을 들여놓은 후

대학이란 조금 더 어려운 공부를 하는, 고등학교의 연장이었다. 

대학은 지식을 쌓게 해 주지도 않았고,

결국 면허증을 따기 위한 도구로서의 역할 밖에 하지 못했다.

 

그 좋은 시기를, 나름 머리가 있었다면 훨씬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었을 그 시기를,

어쩌자고 나는 하릴 없이 보내버리고, 이렇듯 무의미한 삶을 연명할 수 밖에 없도록 날려버렸는지......

 

오로지 지식을 위한 지식탐구를 해야겠다 결심할 수 있는

스무살의 그 젊음이 나는 부럽기만 하다.

 

책은 읽고 있으나 진정한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였으므로 나는 악덕에 기여하고 있는 것인가.

 

... 덕분에 나는 책이 언제나 사람을 아주 변화시키지는 못한다는 사실,

적어도 순수하게 지적인 경험이 모든 사람에게 유효하지만은 않다는 사실과

책을 읽었으나 여전히 무지한채로 남아 있는 인간이야말로 근원적인 악덕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체험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p55

 

... 나는 직업활동을 한다는 것은, 단순하 반복노동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

근본적인 나 지신의 상실을 안게 되리라는 막연한 예감을 느꼈다.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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