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


구광본

 

내가 그리고 있는 기린은

네가 그리고 있는 기린과는

다들 수밖에 없다 엉터리 기린 그림이라고

너는 말하지만 그래 나는 기린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기린을 그렸다

너의 기린이 점점 형체를 갖추면서

나무의 잎사귀와 열매를 따먹으며

너의 붓끝에 사로잡히는 동안에도

나의 기린은 점점 자라 화폭을 뚫고

이젤을 넘어뜨리곤 시멘트 바닥에

선명한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간다

 

창작블로그에서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라 작가소개를 봤다.

오래 전에 '기린'이라는 시가 좋아 시집을 구입했었다.

세월이 많이 흐르긴 흘렀나 보다.

사진을 봤는데도 솔직히 그 때 그 시인이었는지 알아보지 못했으니까.

시집에 실린 사진은 나름 '훈남'이었었는데.

 

대표시집의 제목과 같은 '강' 보다는

난 이 시가 훨씬 더 좋다.

이 시를 읽었을 때 멀어져 가는 기린을 보는 것 같았으니까.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시를 읽으면 시원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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