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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속의 영원 - 저항하고 꿈꾸고 연결하는 발명품, 책의 모험
이레네 바예호 지음, 이경민 옮김 / 반비 / 2023년 3월
평점 :
두꺼운 책에서 건진 한 줄.
고전을 읽어야하는 이유.
고전은 스스로 말하지 않고 읽는 사람이 깨닫고 알아차리게 한다.
고전은 밖에서 들리는 소음이나 대기처럼 늘 우리 곁에 존재해왔다. 고전은 우리가 만든 집단적 도서관의 일부이다. 좌표를 알아야만 그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탈로 칼비노의 지적처럼 고전은 우리가 주워들어서 많은 걸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독서를 해보면 훨씬 새롭고 예상치 못한 내용이 실린 책이라는 걸 알게 된다. 고전은 제 말을 끝내지 않는다. 읽는 사람이 감동받고 깨우침을 얻을 때에야 비로소 그 말이 끝난다. 오랜 위험에서 고전을 부적처럼 보호해온 사람은 강제적으로 고전을 읽은 독자들이 아니라 고전을 사랑한 사람들이었다. 고전은 위대한 생존자다. 초현대적인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도 무수한 추종자가 있다는 사실은 고전의 힘, 그 풍요로움을 입증해준다. 고전은 집필된 지 100년, 200년,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새로운 독자를 끌어들이는 책이다. 고전은 취향, 사고방식, 정치적 사상의 변화에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고전은 다른 작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세계적 극장의 무대에 여전히 등장하고 있으며, 영화로 제작되고, 텔레비전에 방송되며, 인터넷에서도 빛을 보고 있다. 광고, 만화, 랩, 비디오게임 등 새로운 표현 방식들도 고전을 수용하고있다. 가장 오랫동안 생존해온 고전의 뒤에는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가있다. 열정을 다해 연약한 언어의 유산을 보존한 익명의 사람들, 그들의 신비로운 충성심에 관한 이야기 말이다. 비옥한 초승달지대(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문자를 발명한 초기 문명의 언어와 텍스트가 세월이 흐르며 잊히거나 수세기 뒤에야 해독되어야 했던 반면 「일리아 - P466
스와 오디세이아』의 독자는 끊긴 적이 없다. 그리스에서는 시간, 거리, 경계를 초월하여 기억의 가능성을 지켜온 연계와 번역의 사슬이시작되었다. 우리는 고전이 오랜 계보를 지녔으며, 우리가 환상적인구원을 실행해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 P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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