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는 종종 미래의 독자를 염두에 둔다. 독자는 일기를 쓴 사람일 수도 있고, 광범위로 분포된 사람들일 수도 있다. 후세를 의식한 곁눈질은 필연적으로 정직성이 지닌 순수한 가치를 훼손한다. 독자를 의식하면 의도적이든 아니든 작가는 어느 정도 수정을 하게 되어 있다. 특정한 요소들은 완전히 생략하고, 자신의 단점을 축소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다른 사람들이 드러나지 않도록 보호할 것이다. 자유 연상을 기록할 때도 마찬가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조금이라도 감탄하는 청중이나 독특한 가치를 가진 걸작을 창조하려는 생각에 기웃거린다면 같은 결과가 벌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유 연상의 가치를 훼손하는 온갖 죄악을 저지르게 될 것이다. 종이에 무엇을 적든 자기 인식이라는, 오직 한 가지 목적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202쪽

일기를 쓰고 있다. 12살때부터 썼던 일기를 한 번 다 없애버리고, 또 쓰기 시작한 일기를 몇년전에 또 다 없앴다. 이전에 썼던 일기들은 위에 인용한 것처럼 독자를 의식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기 검열에 걸려 다 삭제된 셈이다. 더 이상 일기를 쓰지 않으리라 했지만 습관이란게 무서워서 또 쓰고 있다. 이번에는 '독자를 의식하면'서 쓴다.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도록 사실만 기록하고 짤막한 감상만 남기고 있다. 그러려면 일기는 왜 쓰나 싶지만, 그럴 때 있지 않나? 작년 이맘때 뭘 했나 궁금할 때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3년 다이어리를 쓰는 이유다.


자기를 안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본다. 같은 구덩이에 빠지지 않기 위한 보호장치인 걸까 싶기도 하고. 책이 어려운 것 같다가 쉽기도 한게 그만 읽고 포기할까 싶을때가 되면 잘 이해되서 읽기를 반복하고 있다. 꾸준히 책을 읽고 있지만 리뷰를 남길만큼 열심히 읽지는 않아 실망스럽다. 여기에 책 읽고 글 남기는 것도 독자를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모로 피곤한 성격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