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의사 말만 들으면 안된다. 울 엄마도 수술하려고 입원했는데 수술 당일에 담당의가 울 엄마가 아스피린을 복용중인 것을 발견해서 수술이 취소된 적이 있다. 황당한건 아스피린 처방은 입원한 병원의 신경과의사에게 받았다는 것. 수술환자에 대한 협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분노와 이러니 다들 서울 대형병원으로 몰려가는가 싶은 허탈함이...

현재를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 나의 내심은 치료를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현재의 삶을 치료에 매진하는 데 써야 미래가 올거라는 예언. 이 시답잖은 예언은 과연 맞을까. 우리의 질병과 사고가 의학의 과학적 성취 안에서 해결될 수 있다면 수술이나 재활, 약물치료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질병과 사고가 의학의 과학적 한계에 속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말기암이 그 대표적인 예다. 미래(來)는 없다. 말 그대로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가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건 현재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과거의미래이지 않은가. 아이러니하게도 미래가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현재뿐이고 현재의 우리 자신만이 미래의 근거다. (그러니까... 좀 복잡해지는데) 현재를 사는 것은 미래를 사는 것이다. 그러나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한 싸움 따위를 하느라 현재를 살지 못한다면 미래를 살지 못하는 것이다. 방점을 미래에 찍으면 결코 미래에 도달할 수 없다. 미래는 또 저만치 달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 P26
병원에 입원한 사람에게는 의료진이 시키는 대로 해야 산다는 기계적 믿음이 있다. 임연주 씨는 나에게 절대로 그러면 안된다고 눈을 부릅떴다. 의사가 하라는 것을 당당히 의심하고 되묻고 이해하고 질문할 것! 돈을 지불하는 고객이 왕이라는 생각을 갖고, 의료진의 냉정하고 피곤한 말투에 주눅 들지 말 것! 기계적 믿음에 안주하지 말 것! 귀찮게 하는 자신을 의사가 미워해치료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지 말 것! 의사는 그렇게 개인적인 감정으로 옹졸해질 만큼 여유 있지 않으니.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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