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별문제 아닌 병도 무조건 더 큰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환자도 많다. 내가 병원 근무를 시작했을 때, 환자들이 병원을선택하는 이유의 90퍼센트 이상은 병원 때문이지 개별 의사 때문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놀랐던 적이 있는데 그런 현상이 나아질 조짐은 전혀 없어 보인다. 의료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닌 첨단 기계와 설비에 달린 일이라는 생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 P58
병원 중환자실은 일시적인 문제로 생명이 위독해진 환자들이 의학적인 시술의 도움으로 위험한 시기를 넘기고 다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 존재한다. 원칙은 그렇지만 현대의료에서는이런 원칙이 너무나 빈번히 깨져버린다. 누구도 "이제 그만"이라는 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죽음을 말하기 싫어하는 의사와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환자 가족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하에, 중환자실은 환자가 임종을 맞기 위한 장소로 급속히 변질되어가고있다. 그 결과 정말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입원하지 못하고 돌려보내지는 일이 발생한다. - P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