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에 갔다가 직원이 있는 계산대가 하나로 줄고 셀프계산대가 세개로 늘어났다는 걸 알게되었다. 

줄 서지 않아도 되어 셀프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기계가 설명하는 걸 잘 못알아들어 좀 헤맸다.

그 사이 계산대에 있던 직원이 헤매고 있는 나에게 와서 묻지도 않고 막 일을 처리해준다.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는데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도와줘야 할 상황도 아니었고, 내가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계속 나에게 말로 지시를 하더니 내가 이해하지 못하니까 대신 막 해주는 거다. 

본인은 도움을 주었으니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원치도 않은 일을 해주면서 불친절한 말투와 태도는 뭔가.

왠지 내 돈 쓰면서 야단 맞고 바보된 기분.

도움을 받고서도 전혀 고맙지 않고 불쾌한 생각이 들었다.

나의 선의가 상대에게도 선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제일 대화하기 힘든 상대가 나는 좋은 뜻으로 말했다, 행동했다 라는 태도를 고수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잘못을 이야기해줘도 전혀 깨닫지 못한다. 아니,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나처럼 셀프계산대에서 계산을 마치고 가던 사람이 직원이 서 있는 계산대를 보며 "일자리가 줄었네" 했다.

그건가?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고 있는 공간에서 사람의 쓸모를 강조하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사람의 쓸모를 과장하다보면 나처럼 차라리 기계를 대하는 것이 더 맘이 편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수도 있다.

점점 더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게 되고 불친절한 도움이라도 받고 싶지만 받을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기계가 하는 소리를 잘 못알아듣겠다.

귀에 들려오는 소리와 머리가 인지하는 소리가 다르다. 환장!

정희진의 말처럼 끼리끼리 살면 괜찮을까?


나는 〈나라야마 부시코〉(1983년)처럼 진화생물학의 원리대로 살 것이다. 나 같은 '대세의 낙오자, 저항자, 불편하게 사는 자'끼리 모여 우리끼리 잘 살면 된다.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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