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에 사는 불편함이라 해야하나, 원치 않는 소란함에 기분이 언짢아질 때가 있다.
아랫집 아주머니의 랩하는 듯한 고성을 듣고 있으면 사람이 같이 산다는 것은 뭘까, 왜 매일 가족과 전쟁하듯 살아가는 걸까 등등 별 생각을 다하게 된다.
조용하던 아랫집이 소란스러워지는 건 누군가 들어왔는지 현관 문 닫는 소리가 난 직후이다.
하루종일 세상살이에 시달리다가 집 문을 여는 순간 평화가 아닌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면, 매일 저 문을 여는 기분은 어떨까.
대화가 오고 가는 순간 소리를 지르는 아주머니의 사정이 어떤지 나는 모른다.
매일 같은 주제로 악을 쓴다 해도, 또 매일 다른 주제로 악을 쓴다 해도 난감한 일이다.
듣고자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들려오는 소리로 짐작하건대 일단 아주머니는 대화가 오고, 가는 순간 소리를 높인다.
가끔씩은 물건을 집어던지는지 뭔가 바닥에 떨어지거나 깨지는 소리도 난다.
아주머니가 악을 쓸 때마다 오래 전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짜르트의 장모가 막 잔소리를 하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오페라 '마술피리'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로 연결되는 바로 그 부분.
연상작용이 그렇다는 거지 사실은 정말 괴롭다.
퇴근하고 피곤한 몸을 좀 뉘여볼까 하는 순간에 시작되는 공포의 랩타임은 보통 10분 넘게 계속되는데 이게 경비실에 알릴만한 상황인가 하면 꼭 그런것도 아니어서 망설이다 보면 누군가가 집을 뛰쳐나가는지 거칠게 문 닫는 소리와 함께 진정되는 것이다.
나도 가족과 불화를 겪을 때가 있고, 가끔은 목소리 높여 싸움도 한다.
하지만 그 시간이 가족의 귀가 직후는 아니다.
'세월호' 이후 아침에 나갔던 가족이 저녁에 문을 열고 들어온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거다.
"다녀올께" 하고 현관문을 열고 나간 가족이 다시는 그 문을 열고 들어오지 못하게 되었을때 남은 가족은 어떤 생각을 할까.
학교에서, 일터에서 돌아온 가족이 기쁜 마음으로 자기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아랫집 아주머니도 깨닫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