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처럼 읽기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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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먹을 데가 있어야 책을 읽는 지인이 내가 읽는 책을 보며 왜 그 책을 읽느냐, 내용이 뭐냐 묻는다. 대체적으로 그가 원하는 답을 못할 때가 많은데 나는 책을 꼭 필요에 의해, 당장 써먹기 위해 읽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유를 굳이 말한다면 생각을 넓히고 싶어서라 해야하나. 삶이 피폐해질수록 나란 존재의 의미, 내 삶을 이루고 있는 것들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는 이유로 읽는 것 같다. 활자중독인것도 같고.
내가 확실히 답하지 못한 독서의 의미를 정희진은 정확하게 알고 있는듯 하다.

모든 책은 각각의 위치에서 쓰인 것이지, 조감도는 없다. 따라서 책의 내용은 진리도 진실도 사실도 아니다. 아니, 사실이나 진실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독자(reader)는 사용자(user)가 되었다. 원래 지식은 쓰고 없어지는 소비재지, 간직해야 할 보물이 아니다. - P23

사용자는 지식을 습득하고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할 뿐이다.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세상의 지식을 몸에 구조화하는 데 사용하면 된다.
- P24

내가 생각하는 독후감의 의미는 단어 그 자체에 있다. 독후감, 말 그대로 읽은 후의 느낌과 생각과 감상이다. 책을 읽기 전후 변화한 나에 대해 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가 없다면 독후감도 없다. 독서는 몸이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통과할수도 있고 몸이 덜 사용될 수도 있다. 터널이나 숲속, 지옥과 천국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딘가를 거친 후에 나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
독후감은 그 변화 전후에 대한 자기 서사이다. 변화의 요인, 변화의 의미, 변화의 결과……. 그러니 독후의 감이다. 당연히, 내용요약으로 지면을 메울 필요가 없다. 독후에 자기 변화가 없다면?
왜 없었을까를 생각하고 그에 대해 쓰는 것도 좋은 독후감이 된다.
나는 왜 책을 읽고 아무 느낌이 없을까도 좋은 질문이다. 자기 탐구가 깊어진다는 점에서 더 좋은 독후감이 될 확률이 높다. 자신의경험, 인식, 지식, 가치관, 감수성에 따라 여정의 깊이는 달라진다.
독후감의 수준은 여기서 결정된다.
그러므로 독후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책 자체라기보다도 독자의 처지와 조건이다. 어떤 이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책이 어떤 이에겐 지축을 흔드는 충격을 준다.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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