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과 연초에 '시선으로부터,'와 '우리가 쓴 것'을 연달아 읽었다.
소설을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저 두 권은 손에서 놓질 못하고 단숨에 읽었다.
여성작가가 쓴 여성에 대한 글들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다툼이나 의견충돌 같은 불편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라 어지간하면 상대에 맞추며 살다보니 자신의 의견을 똑부러지게 표현하거나 거절의 말을 쉽게 하는 여자들이 부러웠다.
항상 상황종료후 '아~~~ 그 때 그렇게 말했어야 하는데~~~'하게 된다.
사람을 만나고 나면 내가 했던 말을 되새기며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 말은 꼭 할 걸' 하다보니 사람 만나는 일도 스트레스다.
그래서 두 소설이 더 재미있었나 보다.
여자니까, 엄마니까, 늙은이라서 참거나 입을 다물지 않고 자신의 욕망과 의견을 드러내는 그런 여자들이 부럽고 또 반갑다.
또 나이 핑계대지 않고 촌스러운 이름을 개명하거나, 대학원에 진학하고, 오로라 보러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그녀들을 응원한다.
나도 그렇게 씩씩하게 늙어가야지.
"오래 살게 해 주세요! 인공호흡기니 뭐니 다 달아줘요. 죽을 때 고와 뭐해? 곱지 않더라도 오래 살거야. 이 좋은 세상에 오래오래 숨 붙이고 있을 거야!" 이번에는 내가 데굴데굴 구르며 웃었다. 어머니와 너무 어울리는 소원이다. 환갑을 바라보는 며느리와 팔순을 바라보는 시어머니, 이제는 그냥 어쩌다 한집에 살게 된 두 여자의 왠지 부끄러운 소원이 오로라의 너울 속으로 빨려 올라가 회오리쳤다. -조남주, 우리가 쓴 것(오로라의 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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