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힘든, 고통스러운 한 여자의 삶.

'말하지 않는 것'이 나에게도 있다.

그게 용서할 수 없어서 말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했는데 어쩌면 그게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드러내 말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말하지 못하기 보다는 말하지 않는 것이겠지.

잊지도 않고 드러내지도 않는 일들.

그 경계를 잊어버렸을 때는 결국 말하게 될까.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까.

 

미안하다고 말할수도 있을거라고 이순일은 생각했다. 그것이 뭐가 어렵겠는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그러나 한영진이 끝내 말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걸 이순일은 알고 있었다. 그 아이가 말하지 않는 것은 그래서 나도 말하지 않는다. 용서를 구할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엔 있다는 것을 이순일은 알고 있었다. 순자에게도 그것이 있으니까. - P142

어른이 되는 과정이란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먹는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하미연은 말했다. 이미 떨어져 더러워진 것들 중에 그래도 먹을 만한 걸 골라 오물을 털어내고 입에 넣는 일, 어쨌든 그것 가운데 그래도 각자가 보기에 좀 나아보이는 것을 먹는 일, 그게 어른의 일인지도 모르겠어. 그건 말하자면, 잊는 것일까.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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