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시작하면서 두툼한 노트에 독서감상을 적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감상을 적은 다음 골라서 알라딘 서재에도 올려야지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노트에 쓴 글들이 알라딘 서재에 올리기엔 감정이 너무 앞선 글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읽을 것이라 생각하며 쓴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은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일로 쌓인 스트레스를 책 사는 것으로 풀었더니 겁이 날만큼 책이 쌓였다.

한 해동안 60여권을 읽어치웠으니 나름 많이 읽은 셈치자.

내년에는 책 사는 걸 자제하고 책장의 무게를 덜어내는 쪽으로 해보려 하지만 잘 되려나.

 

올해의 마지막 책을 읽고 있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의 칼럼을 모은 책이다.

읽다가 밑줄 팍팍 그을 내용이 많다.

 

입시공부가 갖는 또 하나의 큰 문제는, 많은 이들로 하여금 공부를 싫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공부하는 곳에 입학하기 위해 공부가 싫어지는 체험을 해야하는 역설이 대학입시 공부에 있다. -74쪽

 

2년째 대학편입시험에 매달려있던 딸이 올해는 다행히 2차 면접시험까지 보게 되었다.

긴장되는데다 몇 년씩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집과 학원을 반복하다보니 애가 공부에 진절머리를 낸다.

대학에 들어가서 배워야 할 내용을, 들어갈 자격을 얻기 위한 시험을 치려고 사설학원에서 배우고 있으니 정작 대학에서는 뭘 가르쳐 주려고 그러나 싶다.

이 나라는 그 나이에 맞는 교육과정을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고 사교육을 통해 미리 배워오기를 원한다.

이미 우수한 애들을 데려다 더 우수하게 만들어 줄 것도 아니면서.

모름지기 학교란 공부가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곳이어야 하는 것 아니냔 말이다.

 

그리하여 취업이라는 목표에 대학 시절마저 갈아 넣고 나면, 시험을 위한 수단이 아닌, 또 다른 종류의 공부가 존재한다는 것도 모르고 나머지 생을 살게 될 수도 있다. 자신은 공부라면 다 지긋지긋하게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믿으면서. -75쪽

 

여러 곳에 쓴 칼럼을 모은 것인지 내용이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하다.

그리고 중간 중간 실린 사진이 참, 좋다.

 

 

 

 

이 땅에 희망이 있어서 희망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기에 희망을 가진다. -1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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