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참깨! - 아이의 마음을 열어주는 독서치료
하제(김경선)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아이의 마음을 열어주는 독서치료'라는 부제가 흥미롭다. 책이 닫힌 마음을 열어주고 치료를 해 준다니 빨리 읽어보고 싶었다. 살면서 어찌 나를 울린 책이 없고, 어찌 나를 위로한 책이 없겠는가마는 독서 치료가 생소하기만 하다. 그러나 이 책을 만난지 몇 달이 넘도록 책꽂이 한 켠에 가만 놓아두기만 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재미없는 딱딱한 책일 것 같아서,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선뜻 잡지 못했다.

그러다 여름휴가 동안 이 책을 꺼내 열심히 읽었다. 누가 숙제를 내 준 것도 아닌데 밑줄을 긋고, 새롭게 알게 된 책을 수첩에 적고 있었다. 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고 저자가 일러준 의미가 이런 것이었구나 다시 느껴보았다. 책들이 새롭게 내게 다가왔다.

독서 교육과 독서 치료가 어떻게 다른지 몰랐는데 저자가 속시원하게 선을 그어 주었다. 독서 교육에서는 책이 중심이 되어 책을 통해 토론하고 생각을 나눈다. 그러나 독서 치료를 하기 위해 책을 읽을 때는 읽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고 내 상황과 비슷한 사건을 접하며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 동일시 되어 감정 변화를 겪고, 카타르시를 느끼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깨달으며 통찰하는 거란다. 그래 그랬구나. 나또한 아이들과 함께 읽었던 책인데, 독서 수업이 아닌 독서 치료로 접근하면 저렇게 풀어낼 수 있는 것이구나 싶었다.

또 부모와 아이의 책을 통한 마음 읽기를 주제로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왜 부모 교육이 필요한지, 가족 독서를 통한 교감 나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 사례로 이뤄진 독서 치료 이야기가 진지했으며, 모든 문제에는 원인이 있기 마련이어서 그 원인을 찾아 나설 때 아이로 하여금 직접 이야기하게 하지 않고 책 속 인물을 통해 자기 이야기를 꺼내게 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내게도 독서 치료가 아주 친근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특히 독서 치료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 가운데 청소년들의 이야기와 아이에게 문제를 갖게 한 부모 이야기가 인상 깊다. 독서 치료 상담 사례속 이야기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래 저 속에 내 모습이 있구나, 예전엔 미처 몰랐던 주인공의 모습이 내 모습으로 감정이입이 되어 다가오기도 했다. 저 아이도 나처럼 그랬구나, 나도 그래서 아팠던 거구나, 그게 원인이었구나, 내 감정들과 만났다 헤어졌다. 

독서 치료를 경험한 어떤 이는 이렇게 말했다. '책이 치료를 한다고? 이젠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치료자가 아닌 나를 들여다보게 해 주는 청진기가 책이 아닐까 한다. 책을 통해 내 속에 옹알거림에 귀 기울여 보고 네 마음속을 헤아려보는 계기가 된 귀한 시간이었다.'고 말이다. 이 책 또한 나를 들여다보게 해 주는 또하나의 청진기가 되어줄 것이라고 믿어 본다.

내 마음이 왜 아픈지, 내가 왜 화가 났는지, 화가 났을 때는 화내고, 슬플 때는 슬프다고 말하고 마음껏 울고, 나만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이 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지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도 진실하게 이어질 테지.

마지막으로 저자가 꿈꾸는 멘토의 공간이 빨리 이루어지길 바란다. 편안한 공간에서 만날 그 날을 기대한다. 단순한 상담자가 아닌 멘토가 되어 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이 책을 통해 숨어 있는 나를 만나기를, 몇 개월 동안 책꽂이 한 켠에 놓아둔 것이 미안하리 만큼 유익하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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