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 위의 식사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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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몇 달을 보내고 이제 몇주 여유가 생겼다.

그동안 읽으려고 사놓은 책들이 눈앞에 가득 쌓여 있는 현실을 보면서 여유가 생겼을 때 저 책들을 다 잡아먹어야겠다 생각했다. 책이 쌓이기 시작하면, 꾸준히 신간을 구입하는 나는 못 읽고 쌓이는 책들 때문에 밤잠을 설치게 된다.

 

그렇게 각오를 다지고 조명도 밝게하고 등도 편하게 기대고 앉아서 시작은 아주~~ 가볍게~~ 라는 생각으로 집어든 책이 전경린의 [풀밭위의 식사]였다.

실수였다.

가볍게는 커녕 내 감정이 다 몰입되어 버리는 바람에 중간 중간 호흡을 가다듬고, 좀 숨도 돌려가면서 읽어야 했다. 그래도 무너지는 맘 한구석 때문에 힘들었다.

 

처음 시작이 그냥 한 남자와 여자의 심리를 잘 표현한 소설인가 보다 라고 시작했다. 그래서 주인공 누경이 남성을 대하는 태도에 이해가 훨씬 더 되고 현실에서 안정된 직장과 세련된 매너 게다가 여자를 잘 알기까지 하는 기현이 왜 부족한지 공감하면서 읽었다.

나도 저런 남자 매력없다. ㅋㅋㅋ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과 나 사이의 비어 있는 부분에 끌린 것 같아. 편안하고 조용했지. 그 부분이 아직은 비어 있기를 바라. 그 사람이 내 곁에 있지만, 사랑 운운하면서 얽히지는 않기를 바라는 거야. 곁에 잇어도 조금 먼 거리에 있는 것처럼."(p56) 

 

" ... 그런 두루뭉술한 의중들이 싫어. 나로선 낯선 남자를 겨우 눈에 익히고 둘 사이의 공기에 편안해지려고 하는 중인데, 그 사람은 벌써 내 집에 들어오려는 거야. 내가 손을 떨쳐냈는데도, 이쪽 감정은 헤아리지도 않았어. 그 남자 역시, 서둘고 서툴고 상대방의 감정에 둔감한 사람인 거샤. 사랑에 관한 한 사람들은 자기의 감정에 엄청난 권리가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아. 상대와 내가 이렇게 어긋날 때마다 좌절감이 들어."(p58) 

 

 

이 소설의 8할을 차지한 누경과 강주의 사랑은 솔직히 뭐라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평가하기엔..... 그 사랑이 진실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편견이 두려운 나는......
 

 

그러다 소설의 끝부분 기현의 행동을 보면서 저 여린 남자를 어쩌면 좋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누구를 사랑하는 것은 죄가 아닌데 상대가 거부해 버리는 순간 뭔가 죄를 짓는 듯한 그 마음... 이해가 되면서도 너무 서글프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임엔 확신한다. 일방적이기에.......

휴~~ 사랑은 쉽지 않다. 깨닫는다.

 

읽다보니 이 소설이 누경의 성장소설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른이 넘은 여자의 사랑에 관한 성장소설... 편견없는 글에 놀라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단어에 놀라기도 하고...


그렇게 힘들게 이 소설을 읽었다.

[풀밭 위의 식사]를 읽고 난 후 한강의 [바람이 분다, 가라], 정이현의 [너는 모른다]를 읽을 계획이었는데 사이에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서적 한권 읽어야 겠다. 이성을 찾고 다시  읽어야 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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