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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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를 마친 뒤에 나는 뭔가 찜찜한 기분을 떨치지 못했다.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나는 여러번 이 초고를 고지려 했지만 고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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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나는 그 찜찜함이 뭔지 알게 됐다. 그건 정희를 죽인 자들을 김해연이 복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마땅히 김해연은 최도식을 죽여야 했다. 그런 게 정의니까. 반드시 피의 앙갚음을 해야만 하니까. 그래서 결말을 고쳤다. 그런데 그러고 나니까 더더욱 이 소설을 출판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이게 다 뭔가?
......

열망은 원인이 아니다. 열망은 그 자체로 결과이리라. 열망은 단지 열망하는 그 순간에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뿐이다. 과연 이 것이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어쨌든 나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나만의 방식을 다 썼다. 다 쓰고 나니까 이십대의 내가 이해됐다. 바뀌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 세계가 이해된게 아니라.

그리고 2008년이 찾아 왔다. 한 신문사 요청으로 나는 촛불시위에 대한 기사를 쓰려고 5월 31일 시청 앞으로 나갔다. 그날 밤에 시위대는 효자동 입구까지 밀고 들어갔고,  나는 다름 사람들과 함께 전경들 바로 앞에 연좌했다. 다시 전경들 앞에 앉고 보니 살아모면서 내가 겪었던 모든 공포들, 공권력을 향한 무의식적인 두려움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젊은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이제 알만한 나이가 됐다. 결국 우리는 저들에게 진압당할 것이다. 초조했다. 그 때 뒤쪽에서 남총련의 깃발을 든 학생들이 나타났다. 그 깃발을 보는 순간, 우습게도 안심이 됐다. 우리 세대에게 남총련이란 그런 존재였으니까. 깃발을 들고 전경들 앞에까지 나온 남총련 학생들은 대오를 갖춰 자리에 앉았다. 남녀 학생들 몇 몇이 앞으로 나갔다. 구호를 외치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학생들이 대중가요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정말 예상하지 못한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저나왔다. 저런 애들을 믿고 ...... 한참 웃었다. 그 다음날 새벽 경찰이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했을 때, 내가 분노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저렇게 새로운 아이들을 그토록 낡은 방식으로 대접하다니. 늙다리들. 구닥다리들.

결국 온 세계는 다시 나의 열망이 이뤄지도록 도와준 셈이었다. 그 학생들을 보고 나니 모든게 명확해졌다. 많은 사람들의 열망 때문이든 아니든. 물론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아닐 확률이 높지만, 어쨌든 결국 우리는 어제와 다른 세계에서 사록 있다. 어제와 다른, 새로운 세계. 그게 중요한 것이다. 반드시 복수해야만 할 필요는 없다. 당장 내 눈 앞에서 정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좋다. 이게 어제와 다른, 새로운 세계라면. 그리하여 나는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고칠 수 있었다. 결국 이 소설을 쓰고 싶다는 오랜 열망을 이룰 수 있었던 건 그날 밤 효자동 전경들 앞에서 춤을 추던 학생들 덕분이다.
......

나는 춤추는 사람들이 좋다. 나 역시 그렇게 춤출 수 있으면 좋겠다. 그 학생들처럼.

                                                 김연수 "밤은 노래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내가 왜 이렇게 작가의 말을 길게 적어가면서 까지 이 소설의 느낌을 쓰냐면 작가의 말이 내가 이 책을 읽게된 까닭이기 때문이다.

사랑이 사람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시대가 사람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은 실망스러운 결말이지만,
작가의 말을 읽는 순간 이해할 수 있었고, 적어도 난 이해하고 싶었다. 

일제시대 동만주의 항일유격근거지에서 벌어지는 민생단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사랑소설이면서도,

같은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끼리 믿지 못해서 생긴 무서운 민생단 사건......

 

난 이 소설로 김연수라는 작가를 처음 알았지만, 프로필을 보니 많은 소설을 쓴 작가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김연수라는 작가가 궁금해 졌다.

아마 당분간 그가 낸 소설을 읽느라 많은 시간을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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