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자
실비아 플라스 지음, 공경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2월
절판


나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들은 내가 들고 찍을 소품을 찾으려 애썼다.
제이 시가 시집을 이야기했지만, 사진 기자는 너무 뻔해서 안 된다고 했다. 시를 은유적으로 보여줄 만한 물건이어야 했다. 마침내 제이 시의 최신 모자에서 종이 장미를 떼어냈다.
사진 기자는 뜨겁게 달구어진 흰 조명을 조정했다.
"시를 쓰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보여줘요."
나는 창가의 고무나무 뒤로 펼쳐진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흐르고 있었다. 가장 큰 구름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 구름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구름과 함께 행운이 사라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입술 선을 유지하는 게 아주 중요하게 느껴졌다.
"좀 웃어봐요."
결국 내 입술은 복화술사가 조작하는 인형의 입처럼 비틀리기 시작했다.
사진 기자는 갑자기 무엇을 예감한 듯 말했다.
"이봐요, 울 것 같은데."
멈출 수가 없었다.-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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