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도시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8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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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테아라는 도시를 묘사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렇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이 도시의 성벽 위에는 네 개의 알루미늄 첨탑이 높이 서 있고 그 성벽에는 해자를 가로지르는 도개교가 달린 일곱 개의 성문이 있습니다. 해자의 물들은 도시를 관통하며 아홉 구역을 가르는 네 개의 초록 운하로 흘러 들어갑니다. 아홉 개의 구역에는 각각 삼백여 채의 집과 칠백여 개의 굴뚝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각 구역의 결혼 적령기 처녀들이 다른 구역의 총각들과 결혼하여, 그 가족들이 베르가모 향유나 철갑상어 알, 아스트롤라베, 자수정같이 각자 독점하고 있는 상품들을 교환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폐하께서는 이러한 자료들을 토대로 계산만 하시면 과거, 현재, 미래의 도시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을 모두 아실 수 있을 겁니다.-15쪽

또 다른 방법은 그곳으로 저를 안내한 낙타몰이꾼처럼 말하는 겁니다.
"제가 아직 젊었을 때, 어느 날 아침 그곳에 도착했습지요. 수많은 사람들이 시장으로 향하는 길을 바쁘게 걸어갔고 아름다운 치아를 가진 여인들이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어요. 무대 위에서는 병사 세 명이 클라리넷을 연주했고 사방에서 바퀴들이 굴러다녔고 색색깔의 플래카드들이 휘날렸습니다. 그때까지 제가 아는 것이라고는 사막과 대상로밖에 없었지요. 그날 아침 저는 인생에서 제가 기대할 수 있는 행복이 도로테아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 제 눈은 다시 광대한 사막과 대상로를 바라보아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길이 그날 아침 도로테아에서 제 앞에 열려 있던 수많은 길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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