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했던 두 사람, 그대들은 오늘 밤 왜 이렇게 무기력한 거지?-68쪽
프랑스 왕은 남자였다. 나도 남자였다. 고로 나는 프랑스 왕이었다. F! 나는 다시 가라앉고 있어.-109쪽
앙상한 손가락이 빠지자 숲과 모닥불 사이에 침묵의 벽이 세워졌고, 노인들은 새로운 고독에 몸서리치며 사제 옆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라즈베리가 둥근 지붕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고, 바람에 날리는 수많은 솔잎의 냄새를 맡지 못했으며, 송어 한 마리가 물살을 가르며 납작하고 흰 조약돌과 잽싼 곰의 발톱을 피해 헤엄치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지 못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가비에 귀를 갖다대며 혹시나 바닷소리가 들릴까 기대하는 아이들처럼 그들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침대맡에서 읽어주는 이야기가 끝나갈 때의 아이들처럼 그들은 갑자기 갈증을 느꼈다.-115쪽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이렇게 내가 너를 훈련시키고 있다니 놀랍지 않아? -199쪽
이제 우리가 황야에서 몰아내기를 간절히 바랐던 이 침묵을 들어봐. 우리는 어떤 목소리를 듣게 될지 모른다는 기대로 그렇게 일하고 밭을 갈고 입을 다물고 울타리를 만들었잖아. 가능성이 많지는 않았지만. 목소리는 회오리바람에서 나오는데 우리는 오래전에 회오리바람을 잠재웠지. 목소리가 회오리바람에서 나온다는 것을 네가 기억했으면 해. 누군가는 기억을 하겠지. 나도 그중 하나일 테고. 스물네 살쯤 되었을 거야. 바로 지금 내 곁에서 떠다니는 부드러운 풍선들, 세탁물에 둘둘 말린 부활절 사탕 같은 간호사들 말이야. 이십사 년간의 여행이라, 거의 사반세기가 되었지만 가슴은 여전히 청춘이지. 누가 제정신인지 알아보려고 내가 유쾌하게 자를 놀리는 동안 내 어깨에 수줍게 기댈 만큼 그들은 다 컸어. 청춘은 곧 끝나겠지만 그들은 여전히 젊고 힘차게 야유하며 알코올과 백단향의 얼얼한 향기를 퍼뜨리지. 얼굴 표정에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아. 모든 게 씻겨 나간, 자비롭게도 가족 혈통조차 짐작하기 어려운 얼굴, 그래서 우리가 병에 걸려 시름시름할 때 홈 무비 배우로 나와 위로해주면 딱 좋을 그런 얼굴이지.-200쪽
내가 롤링 스톤스의 음악을 듣는 걸까? 끊임없이 계속. 이만하면 내가 충분히 상처를 입은 걸까? -203쪽
친애하는 친구, 부디 내 스타일을 넘어서게. 언젠가 너의 눈 속에서 내가 되고자 바랐던 나의 모습을 본 적이 있어. 너와 이디스만이 내게 그런 너그러움을 보여주었지. 어쩌면 너 혼자였는지도 모르고. 내가 너를 괴롭히자 당혹스럽게 내질렀던 너의 외침. 나는 너처럼 그렇게 좋은 동물이 되고 싶었어. 적어도 좋은 동물로 살고 싶었지. 합리적인 이성을 두려워한 이는 우리 가운데 나였고, 그래서 내가 너를 약간 미치게 내몰았던 거야. 네가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에서 뭔가를 배우려 했지. 내가 박쥐처럼 소리를 내지르면 너는 벽처럼 그 소리를 계속 반사했어. 이렇게 긴 야간 비행에서 내가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네 덕분이야.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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