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가 쏟아진다. 계절풍에 실려오는 비. 비는 플라타너스와 마로니에의 두꺼운 잎새들을 뚫고 떨어진다. 저쪽에 있는 사람들은 카지노의 유리막 아래로 피하기 위하여 서로 밀쳐대고, 다른 사람들은 황급히 테라스를 떠나 서로 발을 밟아대면서 카페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오직 두 남자와 그 여자만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 테이블의 비치 파라솔이 비를 가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는 키 큰 갈색 머리 남자의 어깨에 뺨을 기댄 채 여전히 잠이 들어 있고, 남자는 멍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고, 그 옆의 남자는 무심하게 '투 메 아코스툼브라스테'의 곡조를 휘파람 불고 있다.-2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