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남편 외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14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정명자.박현섭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2월
구판절판


"빠벨 빠블로비치!" 멀리 떨어진 객차에서 또다시 이렇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 목소리에는 너무나도 초조한 음색이 깃들어 있었다.
빠벨 빠블로비치는 또다시 서두르며 안절부절못했으나, 벨차니노프는 그의 팔꿈치를 꽉 잡고서 그대로 놓아주지 않았다.
"어때요, 내가 지금 가서 당신 부인에게 당신이 나를 찔러 죽이려고 했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어떨까요, 네?"
"무슨 소리, 무슨 소릴 하는 거요! 빠벨 빠블로비치는 대경 실색을 했다. "그것만은 참아 주세요."
"빠벨 빠블로비치! 빠벨 빠블로비치!" 두 개의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자, 이젠 가세요!" 벨차니노프는 줄곧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드디어 그를 놓아주었다.
"그럼 오시진 않는 거죠?" 빠벨 빠블로비치는 거의 절망적인 표정이 되어 마지막으로 이렇게 속삭이며, 옛날식으로 두 손바닥을 마주하고 비는 것과 같은 흉내를 냈다.
"당신께 맹세합니다. 가지 않겠습니다. 얼른 뛰어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큰일납니다!"
-230쪽

그러면서 그는 힘차게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밀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빠벨 빠블로비치는 그 손을 잡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의 손을 뒤로 감추어 버리기까지 했던 것이다.
세 번째 종소리가 울렸다.
그 순간 그들 두 사람에게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두 사람은 완전히 사람이 달라진 것만 같았다. 바로 1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웃고 있던 벨차니노프의 마음속에서 그 무엇인가가 몹시 동요하며 갑자기 울컥 터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그는 빠벨 빠블로비치의 어깨를 화가 난 듯이 꽉 붙들었다.
"만일에 내가, 내가 바로 당신에게 이 손을 내민다면." 그는 칼로 베인 커다란 상처 자국이 뚜렷하게 남아 있는 자신의 왼쪽 손바닥을 그에게 보여 주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 손을 그냥 잡으시겠지요!" 그는 핏기가 가신 떨리는 입술로 속삭였다.
빠벨 빠블로비치 역시 얼굴의 핏기가 가시고, 그의 입술 또한 떨리고 있었다.-231쪽

우리 둘이 이렇게 평등하지 않다는 생각이 내 마음에 들었다.-3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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