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나 되어서 한량처럼 빈둥거리는 것은 아무래도 보기 좋지 않구나." 다이스케는 결코 빈둥거리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은 직업에 의해 더럽혀지지 않은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고귀한 부류의 인간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사실은 아버지가 가엾어졌다. 아버지의 단순한 두뇌로는 이렇게 의미 있는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 자신의 사상이나 정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릴 수가 없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예, 곤란한 일이지요."라고 대답했다. -41쪽
그 친구는 가끔 말린 은어나 곶감을 보내주었다. 다이스케는 그에 대한 답례로 대개는 새로 나온 서양의 문학 서적을 보냈다. 그러면 그 답장에는 그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증거가 될 만한 비평이 반드시 쓰여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읽을 시간이 없다기보다는 읽고 싶은 생각이나지 않는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읽어도 이해할 수가 없게 되었다는 내용의 답장이 왔다. 다이스케는 그 이후로는 책을 보내지 않고 그 대신에 새로 나온 장난감을 사서 보내기로 했다.-202쪽
"너는 평소부터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그래도 언젠가 철이 들 때가 오리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잘 대해 주었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는 인간이라고 나도 체념해 버렸다. 세상에 이해할 수 없는 인간만큼 위험한 건 없다. 뭘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심이 안 된다. 너야 네가 좋아서 그러고 있는 것이니 상관없겠지만, 아버님이나 내 사회적 지위를 생각해 봐라. 너라고 가족의 명예에 대한 생각을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니겠지?" 형의 말은 다이스케의 귀에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단지 온몸에 고통만을 느꼈다. 그렇지만 형 앞에서 양심의 가책을 받을 정도로 동요하고 있지는 않았다. 모든 것에 대해 적당히 변명을 늘어놓아 세속적인 형으로부터 새삼스럽게 동정을 받으려는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그는 그걸로 만족했다. -3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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