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의 사례로 본 '기관 없어진 신체'




1. 하나의 구멍 뚫기
'학교종' 같은 단순한 음악을 때때로 배우고 익힌다. 고막과 뇌 사이에 멜로디를 인식하는
하나의 구멍(통로)이 뚫린다. 그것은 단순한 멜로디와 리듬을 인식할 수 있는 하나의 기관이다.
2. 그 옆에 몇 개의 구멍 더 뚫기
화음이 포함된 조금 더 복잡해진 음악을 듣는다. 최초의 구멍 옆에 비슷한 모양의 구멍들이 몇 개
생긴다. 그 구멍들을 통해 대중음악과 대중적 고전음악들이 매끄럽게 통과한다.
3. 최초의 구멍과는 완전히 다른 모양의 구멍 뚫기
서양의 음계와는 다른 음계를 가진 민속음악들을 듣는다. 그런 음악들은 생김새가 서양의 음악
과는 달라서 처음 만들어진 몇 개의 구멍으로는 고막에서 뇌까지 통과시킬 수 없다. 그렇다면 수고
스럽지만 다른 음계를 가진 음악들을 계속 들을 수 밖에. 오랜 노력으로 새로운 모양의 구멍들이
만들어진다. 전혀 다른 모양의 음악이 새로운 구멍을 쉽게 통과한다.
4. 사방에서 구멍 뚫기
ROCK, 재즈, 블루스 닥치는 대로 들어본다. 구멍이 너무 많이 뚫어져 청각기관은 만신창이가
된듯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시각적인 착각일 뿐, 긍정적이고 초월적인 하나의 신체를 탄생
시키기 위한 필연적 준비과정이다.
5. 마침내 없어진 기관
쇤베르크, 바르톡, 리게티, MAGMA, KING CRIMSON, ORNETTE COLEMAN 외 수많은 현대음악을
통해 마침내 모든 구멍이 숭숭 뚫려버린다. 기관의 흔적은 사라진다. 모든 음악들이 모든 방향에서
조금의 덜거덕거림도 없이 매끄럽게 드나든다. 고막과 뇌 사이에 장애물은 아무것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