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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영화잡지에선가 가네시로 카즈키와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그는 <GO>가 역시 재일교포
출신인 최양일의 <피와 뼈>를 패러디하는 의미도 있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이 책은 윗세대
에는 있었지만 자기 세대에선 볼 수 없게 된 아주 강렬한-때론 폭력적인- 인물에 대한 일종
의 오마쥬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피와 뼈>를 본 사람들은 분명 그 강렬함에 매료되었을 (또는 질려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GO>는 그렇게 강렬한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경쾌하고 가볍다. 비록 주인공이 매우
폭력적인 인물이지만 말이다. 이것은 바로 재일교포 1세대와 2,3세대 간의 물질적 차이에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질적 풍요로움은 무엇이든 가볍게 만들어 버리는 힘이 있는
것이다.
소설의 제목은 무엇을 나타낼까? (소설의 마지막 대사도 '가자'이다.) 주인공은 어디로 그토록
가고싶은 걸까? 그가 가고자 하는 곳은 국가, 민족 따위의 관습과 인습에 얽메이지 자유로운
곳이며 '내'가 일본인, 한국인, 북조선인 등으로 규정되지 않고 그냥 '내'가 될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 가기 위해 그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그것은 자신을 규정하는 모든 것과 끊임없이
싸워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싸워나갈 때만이 그는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니고 북조선인도
아닌 그냥 '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폭력은 그래서 누구를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다
오로지 '내'가 되기 위한 싸움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대한 약간의 불만.
1.현대문학북스에서 2002년에 출간된 의 표지디자인은 덱스터 고든의 재즈 명반 <GO>를
연상시켜서 책의 내용과도 더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책에도 재즈 얘기가 많이 나오니까. 영화
포스터도 음반과 같은 디자인이었고.
2.음악이나 영화, 심지어 인류유전학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역자의 설명이 너무 없어
아쉬웠다. 예를 들자면 주인공이 US3가 너무 좋다고 말할 때 'US3는 미국의 ACID JAZZ BAND
이다' 정도의 설명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유일한 역자 설명으로 기억되는 것은 한국인라도
대부분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요코즈나'에 대한 설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책에 두 번 언급
되는 'L'이 무엇을 나타내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고. 국내 일본문학의 대표적 번역자로서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