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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 1 -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김대중 옮김 / 새만화책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헌신적 맑시스트인 이란 출신의 여류 작가라는 소개 문구가 흥미를 자극해 구입해
읽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맑시스트로서의 면모는 찾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중요
하지도 않다. 이 책의 주인공은 겨우 10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념이 그녀의 삶을
지배하기엔 아직 너무 이른 시기이니까. 사실 그녀의 집안은 혁명가 가문이면서도
부모와 그녀의 삶은 완전히 부르조아의 그것이다. 부모는 캐딜락을 타고 다닐 정도로
부자이고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자 딸을 전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유럽으로
유학을 보낸다. 그리고 유학에서 돌아온 주인공은 더 이상 부모의 차가 캐딜락이 아닌
것을 보고 실망하기도 하며, 부모는 우울한 딸을 위해 자가용을 사주기도 한다. (우리가
보아온 이란 영화들에 나오는 사람들과는 많이 다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이란에서 극소수에 속할 부유한 부르조아 가족의 얘기이며, 이란에서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시각에서 볼 때는 서구문화에 철저하게 물든 사람들의 눈꼴사나운
얘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 책은 매우 읽을 만하고 정치적으로도 올바르다.
(특히 여성에게) 억압적인 이슬람 국가에서 살아온 혁명가적 기질의 자유분방한 한 소녀가
이슬람적 시각에서 서구를 바라보고 다시 귀국하여 이번엔 반대로 서구적 시각에서 더욱
자유가 억압된 자신의 조국을 바라보는 이 체험담은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한 내용들이라
진귀하고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자유, 민주, 억압, 성과 사회 등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간략하지만 함축적인 문장들과 더불어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흑백그림들을 통해 작가는
그녀의 체험을 솔직하고 효과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다시 유럽으로 떠나면서 2권은 마무리되는데 뒷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출판된 모양이다.
어른으로 성장한 그녀가 유럽에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자못 기대된다.
1권을 매우 흥미롭게 읽고는 2권의 내용이 궁금해서 영문판으로 1, 2권을 모두 구입해 읽었다.
영문으로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정도의 문장이었다. 1권이 출간 된지 1년이 넘도록 2권이
나오지 않고 있으니 1권만 읽을 사람이라면 몰라도 1, 2권 다 읽어볼 사람은 아예 처음부터
모두 영문판으로 구입해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