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정신들은 아주 사소한 일에도 마음을 다치고 빗장을 닫아버린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은 온통 캄캄한 절망이 되어버린다.

짧은 가을의 끝자락에서 이유도 없이 떠돌고 있는, 갈피를 잡을 수 없게 혼란스럽기만한 마음들을 어떻게 붙들어매야 하는지 잘 알 수가 없다.

드라마 '사랑과 야망'속의 미자를 드라마 보는 내내 미워했었다. 가끔 TV를 꺼버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미워했던게, 그렇게 싫었던게.... 누구보다도 그녀를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임을 이제는 안다.

태어나길 그렇게 생겨먹은 사람이 있는 것이다.    언제나 불안정하고 흔들리고 위태롭고...... 결정적으로 이기적이고......    인정하기 싫은 자신의 결점들이 살아가다보면 정말 적나라하게 드러나 버리는 순간들이 있다.  그러면 세상은 순식간에 캄캄한 절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순간은 정말 가족 누구의 얼굴조차도 보이지 않는 이 지구상 어느 구석에 꽁꽁 숨어버리고 싶기도 하고, 아주 낯선 타인과 몇시간이고 내내 수다떨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 어느 것이나 결국은 후회를 하게 될 것임을 잘 알면서도............ 이 모순과 혼란이 두려울만큼 외롭다.

결국은 외로움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곁에 없어서가 아니라, 사랑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을 근원적인 외로움을 다른 누구보다도 예민하게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 무엇인가에 특별한 알러지를 가지고 있는 특이체질처럼 그렇게 타고나버린 탓일게다.

이 끝나가는 가을이, 아직도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저 눈부신 단풍들이........... 슬프디 슬픈 늦가을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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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주년 기념 전국 투어 콘서트....

그리고 아마도 대구에서는 처음의 콘서트가 아니었을까..

가슴이 설레었지.... 가보고 싶기도 했고....

하지만 여느때처럼 또 바람들만 잔뜩 키우다가 체념하듯 포기하고 말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거기에 여러가지 일들이 겹치면서, "에이 어쩔수 없지" 한숨처럼 포기를 했었다.

그런데.. 이제 고등학생인 아들이 도서부 지원금을 받으니, 보태서 가보자고 했고,

정말 과감히 결단을 내려버렸다. 다른 모든 일상의 소소함들은 모두 던져 버리고........

방황과, 소문들과 오해의 시간들을 끝냈노라고, 여전히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진정한 소리꾼으로 우리곁에 있겠다는 그는,,,,

그렇게 영혼을 울리는 긴 호흡을 남겨 주었다.......

예전의 어느 한 나날들속에 처음 임재범을 만났던 것은, 

영혼의 공명을 느꼈던 누군가의 소개를 통해서였고,

무심히 스쳐 지나가버릴 뻔 했던 그의 존재는 김춘수의 시처럼 내게 의미있는 "꽃"이 되었다.

오늘, 이제 열일곱의 아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그 노래 속에 들어있는 많은 세월의 무게를 나처럼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아들에게도 그의 노래가 의미있는 "꽃"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앞으로 살아가는 많은 나날들속에서 때로 힘들고 지칠때,

그의 조금은 쓸쓸한 목소리가,  그의 영혼을 울리는 노래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께 세대를 넘어 공유했던 오늘의 시간들이 따뜻하고 다정한 위로를 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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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사이더를 꿈꾸며..  2004-04-30 오전 9:44:47
 
 
시간을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이란...

여러 실용서들이 넘쳐나는 요즈음이다. 그 중 가장 많은 주제는 돈버는 것,

그리고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시간을 잘 쓰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그 많은 것들을 보노라면 어지럼증이 난다.

누구나 한 목소리로 한길로 따라가야만 할 것 같은,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어 버릴 것 같은 위기감..

우리 사회는 이상한 위기감이 팽배하다.

무리지어 '우우'몰려다녀야 할 것 같은..

완전한 아웃사이더도 되지 못하면서 그 속으로 뛰어들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주변을 겉돌고만 있다.

흘끔흘끔 곁눈질이나 하면서..

진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완전한 아웃사이더가 되어보는 것.

아침형 인간이 선풍인 이 세상에서 저녁형 인간들만 모여사는 세상을 꿈꾸는 나.

하지만 꿈은 언제나 꿈일 뿐이다.

거실 한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을 바라보며 뿌듯하고 행복해 하면서도

시간없음이란 어줍잖은 핑계로 바라만보다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처럼

그냥 그렇게 흘러가고만 있다.

 

완전한 나로 자유롭게 있어보고 싶은

꿈은..............

그저 꿈일뿐..

 

오늘 아침의 하늘은................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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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있지...

이유도 없이 불안하고 쓸데없이 가슴도 두근거리고

배가 아픈 것도 같고,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등 뒤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드는 날..

그것이 하루나 아님, 이틀 정도 이어지면

괜한 노이로제 증세도 생길것 같은 기분이 드는....

그리고 그런 어두운 예감이 신기하리만큼 맞아 떨어질 때가 있다.

이런 예감을 느끼면서도,

왜 매번 제대로 대처를 못하는 걸까.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에야 이것이 그 그림자였음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명하게 대처하지도, 미리 막아지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 뒤에 남는 것은 지독한 자기 환멸 뿐이다.

이런 어리석음에서 언제쯤이면 놓여날 수 있을까..

자신이 정말 싫어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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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14일

중국 저 먼 땅 어딘가에 도착했다는 태풍의 영향인가, 하늘이 흐려있다.
비가 내릴듯 하지만 구름 사이사이로 언뜻 비쳐나는 푸른 하늘빛이 '오늘은 괜찮을거야'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엄마랑 정기진료를 위해 찾은 대학병원의 구내 편의점 구석에 앉아 잿빛 구름 사이의 흐린 푸른빛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불과 두달인데.. 두 달 전의 엄마와 오늘의 엄마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
그 두달안에 엄마는 잠깐 삶의 끈을 놓쳤었고, 이제 조금 다시 삶에의 애착을 되찾아 가는 중이다.
이렇게 느닷없고 갑작스럽게 삶의 한가운데서 잽싸게 물러설 수 있다니..
나도 차츰 늙어가는 기분이다.
이제 더이상 가슴 벅차게 뛰는 열정도 없이 그저 고요하고 평온한 삶만이 소원이 되어가면서 자꾸만 내가 살아내지 못했던, 걸어가지 않았던 삶의 또다른 길에 대한 미련에 사로잡히고 있다.
다시 한번 살아볼 수 있다면...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되고 허황된  상상들은 때론, 간절한 절박감을 지니고 가슴 안에 커다란 열망처럼 자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맞는 말이 아닐 것이다.
'열망'이라니...
제대로 살지 못한 지나쳐버린 시간들에 대한 자신의 혐오를 줄여보기 위한 안간힘과 같은 것이리라.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는가,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내 인생에서, 내 삶에서,
마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 흘려내려버리는 결고운 모래처럼 자꾸만 빠져 달아나려 한다.
해줄 수 있는 것. 해주고 싶은것, 그 모든 것들을 뒤로 한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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