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 - 피와 광기의 세계사
콜린 윌슨 지음, 황종호 옮김 / 하서출판사 / 200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피와 광기의 세계사'라는 부제에 이끌려 읽기 시작한 책은 온통 피냄새로 가득하다. 가히 광기라 할만하다. 

인간의 역사를 이런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구나 하는 가벼운 감탄과 긴 혼란이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인간이란, 생각이  복잡한, 그래서 훨씬 더 다양한 잔인성을 개발하고 표핸해 낼 수 있는 좀 더 진화된 '동물'일 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제목에 이끌려서 다 읽고 난 후에야 저자가 그 유명한 '아웃사이더'의 작가임을 알았다.  범죄심리학에 관련된 책을 검색할 때마다 많은 리스트에서 만나지던 제목... 하지만 아직 읽지 못했고, 먼저 만나진 잔혹을 읽고 난 지금은 아웃사이더를 읽을까 말까 망설이는 중이다.    작가의 모든 책이 같은 수준의 완성도를 지니는 것은 아닐테지만 내게 저자의 시선은 껄끄럽기만 하다.

인간의 잔혹성에 대한 그의 생각에 많은 부분 공감을 가지고 고개를 끄덕이게도 되지만 동양사회와 역사에 대한 무이해와 사고의 부족, 편협한 편견은 동양인인 내게는 시종일관 거부감을 불러 일으킨다.  그리고 문제를 바라보는 일방적인 시각은 처음에는 신선함으로 다가왔지만 책장을 덮을  때 쯤엔 환멸이 느껴진다. 

인간이 그 어떤 동물보다 잔혹한 면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만으로 역사가 이루어져 왔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찬란한 정신문명이 우리에게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종교와 사상의 이름으로 자행된 수많은 광기에 가까운 전쟁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불안정하고 여리기만한 인간의 나약함을 좀 더 높은 차원의 정신성으로, 강인한 휴머니즘으로 이끌어가는 면도 분명히 존재함으로.... 

어느 하나의 측면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기에는 인간이란 존재가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하지 않은가. 결국, 이런 시각이든, 다른 시각이든, 그것에서 뭔가를 배우고, 버리고, 활용하고, 응용하고.. 그래서 어떠한 인생을 살아가며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는가 하는 것은 온전히 주체인 개인에게 맡겨지는 몫일 것인가.

 

마지막으로 책 자체에 대한 불평..

이런 양장 제본으로 그것도 개정판이라면서 도대체 출판사에서는 교정이라는 것을 아예 거치질 않은 것인지.. 어쩌다 실수처럼 애교스럽게 발견되는 한 두개의 오 탈자가 아니라, 교정전의 원고를 보는 듯, 짜증스럽게 발견되는 오 탈자, 중복 단어, 등등.. 책의 장정에 신경을 쓰기 전에 성의있는 편집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 아닐지.. .. 출판사의 무성의함이 너무나 화가 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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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선 스타일 1 - 오직 하나뿐
김점선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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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김점선을 알게 된 건 TV문화지대를 통해서였다.  무심코 틀어둔 TV에서 책을 읽는 듯한 약간은 어눌한 나레이터가 수많은 매끄러움들 속에서 붙잡듯이 귓속으로 파고 들어와 하던 일을 잠시 접고 고개를 들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멋대로 헝클어진 머리칼, 집에서 청소하다가 나온듯 편안한 옷차림, 화장기 없는 얼굴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주 잠깐 헷갈리게 했던 그 독특한 모습이었다. 그것은 "별스런 자유로움"이란 시각적 이미지로 선연히 그려졌다.. 그리곤 이내 그 독특한 매력에 사로잡혔다. 누구지? 했는데 무식한 나만 몰랐을뿐 꽤 알려진 유명인사인 화가 김점선이었다. 이후로 그녀만의 스타일로 진행된 인터뷰를 무척이나 흥미롭게 지켜보았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때 반가움에 덥석 집어들고선 조금은 두근거리면서 읽어내렸다. 그녀만의 독특한 색채를 만나는 기쁨과 내게도 매력적인 사람들과의 만남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하며....

지금은, 반의 충족감과 반의 실망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너무나 궁금했던 김점선에 대해 알아감의 기쁨(그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느끼고, 이렇게 표현했구나... 하는)이 충족이라면, 인터뷰로서의 부족함이 실망이랄까..

활자로서 인터뷰를 읽는 것은, 매력적인 사람들의 세상에 알려진 외형의 모습외에 그 내밀함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어서일 것이다.(그녀가 표현했듯이). 직접 만나볼 수 없으니 인터뷰어의 시선을 따라가며 상상해보고, 미루어짐작해 보기도 하면서 좀더 친밀한 정신적 교감을 느껴보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글은 목마름에 주어진 한모금의 물같다. 오히려 더욱 갈증을 느끼게 하는 딱 한모금의 물...

어쩌면 이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라 오로지 주관적 기대치를 안고 책장을 넘겼던 내탓일런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인터뷰어의 시선을 따라가게 허용하지 않는다. 다른 책에서는 인터뷰어의 시선이 카메라처럼 우리를 안내해 주지만 여기서는 몇명을 빼고는 진작부터 그녀가 알고 있던 이들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지인에 대한 글이기에 주관적인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만났던 사람을 통해서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 우리는 에세이를 접할때처럼 얌전히 앉아서 고개만 끄덕여야 한다.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처럼..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오롯이 김점선이다. 그녀가 만난 열일곱명은 각자의 개성을 지닌 개체가 아니라, 이 책 안에서 김점선을 만나, 그녀가 되어 버린다. 오로지 하나뿐인 김점선이 오로지 하나뿐인 사람을 만나서 오로지 하나뿐인 인터뷰를 한다. 그래서 오로지 하나뿐인 책 김점선 스타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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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의 별 11 - 완결
김혜린 지음 / 팀매니아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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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북해의 별.. 마지막 권을 다시 읽고 있다.

이 책은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그야말로 옛날식 대본소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1권을 시작으로 한권 한권 피 말리듯 몇년을 기다려 다 읽었던 작품이다. 김혜린의 데뷔작이라는데.. 그 스케일과 구성력은 정말 놀라웁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단짝 친구와 북해의 별 다음권을 찾으러 설레이는 마음으로, 뒷골목의 담배연기 자욱한 만화방 문을 열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대학에 들어가서 운동권에 있던 선배에게서 또다시 듣게 된 북해의 별은, 새로운 역사관과 함께 변혁된 세상에 대한 참으로 복잡한 사색을 안겨다 주었었다.

결혼하고 나서 다시 한번 보려고 만화방마다 뒤졌었지만 결국 찾지 못해 안타까웠던 기억까지..

그리고 책방 대여점 시대가 열리면서 드디어 새롭게 만들어진 북해의 별을 다시 만났다. 두번씩이나 빌려보고 결국은 사서 소장하고 나서도 또다시 두번을 읽었다. 읽을때마다 같은 감동과 다른 사색들을 동반한 채..

지금 한심스러운 정치인들을 바라보며..다시금 유리핀이 그립다. 그의 신념과 열정과 정직과 순수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도자로서 민중을 바라보는 그 시선이. 그것이 최고로 빛을 발하던 순간은 모든 영광과 영웅으로서의 화려함을 버리고 민중속으로, 그 민중의 한사람으로 걸어들어가 또다른 변혁을 일구어 가는 건강한 웃음 속에 있지 않을까...

이런 정치인이, 이런 지도자가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이육사가 노래한 초인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유리핀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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