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14일
중국 저 먼 땅 어딘가에 도착했다는 태풍의 영향인가, 하늘이 흐려있다.
비가 내릴듯 하지만 구름 사이사이로 언뜻 비쳐나는 푸른 하늘빛이 '오늘은 괜찮을거야'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엄마랑 정기진료를 위해 찾은 대학병원의 구내 편의점 구석에 앉아 잿빛 구름 사이의 흐린 푸른빛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불과 두달인데.. 두 달 전의 엄마와 오늘의 엄마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
그 두달안에 엄마는 잠깐 삶의 끈을 놓쳤었고, 이제 조금 다시 삶에의 애착을 되찾아 가는 중이다.
이렇게 느닷없고 갑작스럽게 삶의 한가운데서 잽싸게 물러설 수 있다니..
나도 차츰 늙어가는 기분이다.
이제 더이상 가슴 벅차게 뛰는 열정도 없이 그저 고요하고 평온한 삶만이 소원이 되어가면서 자꾸만 내가 살아내지 못했던, 걸어가지 않았던 삶의 또다른 길에 대한 미련에 사로잡히고 있다.
다시 한번 살아볼 수 있다면...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되고 허황된 상상들은 때론, 간절한 절박감을 지니고 가슴 안에 커다란 열망처럼 자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맞는 말이 아닐 것이다.
'열망'이라니...
제대로 살지 못한 지나쳐버린 시간들에 대한 자신의 혐오를 줄여보기 위한 안간힘과 같은 것이리라.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는가,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
내 인생에서, 내 삶에서,
엄마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 흘려내려버리는 결고운 모래처럼 자꾸만 빠져 달아나려 한다.
해줄 수 있는 것. 해주고 싶은것, 그 모든 것들을 뒤로 한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