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정신들은 아주 사소한 일에도 마음을 다치고 빗장을 닫아버린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은 온통 캄캄한 절망이 되어버린다.
짧은 가을의 끝자락에서 이유도 없이 떠돌고 있는, 갈피를 잡을 수 없게 혼란스럽기만한 마음들을 어떻게 붙들어매야 하는지 잘 알 수가 없다.
드라마 '사랑과 야망'속의 미자를 드라마 보는 내내 미워했었다. 가끔 TV를 꺼버리기도 하면서... 그렇게 미워했던게, 그렇게 싫었던게.... 누구보다도 그녀를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임을 이제는 안다.
태어나길 그렇게 생겨먹은 사람이 있는 것이다. 언제나 불안정하고 흔들리고 위태롭고...... 결정적으로 이기적이고...... 인정하기 싫은 자신의 결점들이 살아가다보면 정말 적나라하게 드러나 버리는 순간들이 있다. 그러면 세상은 순식간에 캄캄한 절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순간은 정말 가족 누구의 얼굴조차도 보이지 않는 이 지구상 어느 구석에 꽁꽁 숨어버리고 싶기도 하고, 아주 낯선 타인과 몇시간이고 내내 수다떨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 어느 것이나 결국은 후회를 하게 될 것임을 잘 알면서도............ 이 모순과 혼란이 두려울만큼 외롭다.
결국은 외로움 때문일 것이다. 사람이 곁에 없어서가 아니라, 사랑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을 근원적인 외로움을 다른 누구보다도 예민하게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그 무엇인가에 특별한 알러지를 가지고 있는 특이체질처럼 그렇게 타고나버린 탓일게다.
이 끝나가는 가을이, 아직도 안간힘을 쓰고 있는 저 눈부신 단풍들이........... 슬프디 슬픈 늦가을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