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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를 알면 음악이 보인다
데이브 스튜어트 지음, 신금식 옮김 / 업투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렸을적 내가 다니던 피아노 학원의 선생님은 내가 음을 하나 틀리게 칠 때마다 가지고 있던 볼펜으로 내 손가락을 딱딱 때렸다. 그래서 나는 피아노가 싫고 음악이 싫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지금, 강산이 변하는 세월을 따라 내 마음도 변했나보다. 음악이 좋아졌고, 계속 좋아하다보니 직접 뭔가를 하고싶어졌다.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주어진 주제를 연주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악기가 연주할 곡을 만드는 것은 어떤 주제를 정하느냐다. 나는 좀더 자유롭게 보이는 곡을 만드는게 더 좋았고, 작곡을 하는데 관심이 갔다. 그런데 더 자유롭다는 것은 더 넓다는 것이고, 더 넓은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했다. 그래서 시작이 막막한 나에게 다가온 책 중 하나가 이 책, '악보를 알면 음악이 보인다'였다. 이 책의 조그만한 크기와 얇은 두께는 초보입문자인 내게 선택의 여지가 없이 구입하도록 만들었다.
이 책은 기호와 용어설명으로부터 시작해서 직접 악보를 그리기까지의 과정을 총 15챕터로 나누어 차분하게 진행한다. 피아노 뿐만이 아니라 기타나 드럼의 기보에 대해서도 중간에 조금씩 나온다. 작곡을 배우는 것을 영어를 배우는 것으로 본다면, 이 책은 영어 단어장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초급자에게 한꺼번에 영단어 외우라, 문법 외우라, 독해실력 키우라, 청취실력 키우라 한다면 지쳐서 나가 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악보 하나만을 다루고 있는 깔끔한 책이며, 음악에 대한 흥미를 가속시킬만한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뭔가를 만든다는건 참 신나는 일이다. 창조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가 반드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제한된 유한자원을 나름의 방식으로 재배합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은 뭔가 생각해야 되고 결정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창조자에게 일정의 권력을 쥐어주게 된다는 점에서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명심할 것은 그 권력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작곡관련 책을 보기전에 기초실력을 쌓아두고자 하는 작곡초보 입문자분들께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