卓秀珍 탁수진 2003-11-01
경계해야 할 휴브리스 02 우리나라 교육이 여전히 평등주의에 암기위주의 주입식이라는 특징이 있는만큼 대학까지는 그런 방식에 익숙한 사람이 성공하게 돼있다. 그러나 회사 사회는 교과서를 나눠주고, 누군가 가르치고, 때 되면 그것으로 시험을 치러서 성적을 매기는 학교가 아니다. 자기가 알아서 하고, 상사들의 명령을 창조적으로 해석해 나름대로 발전시키고, 다른 팀원들과의 융화를 이루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학교시절의 성공경험을 우상화해 ‘일이 주어지기만 하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세로 기다리고 있으니 일이 될리가 없다. 오히려 시키는 것도 제대로 안하고,혼자서도 알아서 못하며,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는 사람으로 찍혀 ‘학교이름값’을 못한다는 소리만 듣는다.
최연소 임원인 김상무나,최고 명문대 출신 신입사원의 예는 우리 회사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휴브리스의 예이다. 이들은 직급이 올라갈 때, 즉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할 때 예전의 성공방식을 버리고 전혀 새로운 파라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를 지향했어야 했다. 과거의 성공경험을 잊고 새출발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 휴브리스는 개인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신규 사업에 진출할 때, 새로운 지역으로 뻗어갈 때 혹시 과거의 성공경험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지 주의해야 한다. 개인적 차원과 달라 회사의 한번 실패는 곧 도산이라는 결과를 낳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시티폰’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90년대말 PCS, TRS와 함께 정보통신부가 허가를 해준 휴대통화장치다. 이건 이동통신이나 PCS와 달리 발신전용휴대폰이었다.평소 페이저(삐삐)를 차고 다니다 전화해달라는 메시지를 받으면 씨티폰 발신전화가 가능한 지역(반경 2백미터)으로 옮겨가 거기에서 전화를 걸 수 있었다. 휴대전화에 비해 이용요금이 싸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이었다.
그런데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시티폰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보다 훨씬 편하고 또 가격경쟁으로 값의 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 휴대전화를 두고 시티폰을 쓰려는 사람이 거의 없어 해당 회사들은 그 사업을 완전히 접어버렸다. 그 회사들이 벗어나지 못한 휴브리스는 “정부가 허가해주는 사업은 독점이 보장된다”는 믿음이었다. 변화무쌍하고 하루가 다르게 새 기술이 나오는 디지털 시대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과거 회귀적인 믿음이었다고 하겠다.
새 일이든,새 사업이든 그것을 대하는 눈은 전혀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 과거의 성공경험은 잊고 새롭게 도전하려고 할 때 새로운 위험도 기회도 보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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