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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9
박경진 글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12월
평점 :
이 책에는 깊은 산 속, 자작나무 숲 속에 살고 있는 어린 여우와 꼬마 곰이 등장한다. 어린 여우와 꼬마 곰이 자작나무 숲 속에서 해맑은 모습으로 뛰어노는 모습은 놀이터에서 정신없이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과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여우와 곰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이 특이해 보이지 않았고, 평범한 아이들의 모습을 동물로 표현한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작나무 잎이 떨어지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꼬마 곰이 겨울 잠을 자러가야 한다고, 더 이상 함께 놀 수는 없다고 어린 여우에게 말하는 장면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여우와 곰이 주인공이 된 이유를. 겨울을 나는 방식이 서로 다른, 여우와 곰을 등장시켜 동물들의 겨울나기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며칠 전, 조카가 유치원 숙제라며 물어봤던 문제가 이 책 주인공들과 관련된 것이었다. 동물들이 겨울을 어떻게 보내는지 알아오라는 숙제였다. 인터넷을 통해 쉽게 답을 얻어서 아이에게 알려줄 수도 있겠지만, 그것 보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이 좋을 듯 싶어 언니에게 이 책을 읽어주라고 권했다. 동물들의 겨울나기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는 책이라는 판단에서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과 추운 겨울을 온전히 견뎌내야 하는 동물을 등장시켜 동물들의 겨울나기를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기다림...아닐까?
책 속의 표현처럼 " 봄이 오면 노란 민들레, 연분홍 진달래, 꼬부랑 할미꽃 들이 피어날 거야. 예쁜 나비들도 꽃을 찾아오고. 그러면 우리 재미있게 놀자. 봄은 금방 올 거야." 어쩔 수 없이 지금은 헤어지지만 곧 멋진 봄이 오면 어린 여우와 꼬마 곰은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게 된다. 그날이 올 때까지 어린 여우와 꼬마 곰은 겨울이라는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작가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기다림을 견뎌야 할 때가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