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읽으면서 절감했던 사실 하나는, '독서는 100% 독자의 몫이다.' 라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 이런 말을 업급하는 것조차 무의미하게 들릴지 모르나, 난 이 책을 통해 책을 읽는 것은 바로 '나'이고, 어떻게 이해하느냐도 바로 '나'의 문제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은 '세계 명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도 시대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없이 귓속으로 들어왔던 말들이었으나, 난 바로 이 작품을 통해서, 이제야 진정으로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그리 길지 않은 내용이다. 당연한 것이지만, 내용이 짧다고 해서 작품이해가 수월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오랫동안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해의 실마리가 보이는 듯 하면서도 도대체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글이다. 소설과는 그리 친분이 두텁지 않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타이르며 읽고 또 읽었다.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없고, 자꾸만 미궁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 그렇기에 이 작품을 가볍게 놓아버릴 수 없었다. 파헤치고, 낱낱이 분석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작품.
'무진기행'이 내게 남긴 건 쓸데 없는 '오기'뿐이다. 이 작품을 100% 이해해 보겠다는 충동. 소설은 내 나름의 방식대로 이해하면 되는 것이란 자기 위안을 삼으며 작품을 난도질하겠다는 생각. 만족할만한 소득이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