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풍경 - 김형경 심리 여행 에세이
김형경 지음 / 예담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유럽 여행 출발 보름 전. 이번 여행의 동행자 한 분이 이 책을 권해주셨다. "여행은 이렇게 하는거야~" 라는 감탄과 함께 책을 건네 받았다. 이 책과의 첫 대면에서 받은 느낌은 생소함 이다. 책 표지에 자신의 정체를 밝히듯,  붉은 색 바탕에 뚜렷하게 적힌  '심리/여행 에세이' 라는 단어로부터 받은 느낌이다.

'여행 에세이'는 친숙하지만, '심리 에세이'는 다소 생소한 감이 있다. '심리 에세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발동하면서도, 시중에 넘쳐나는 '여행 에세이'와의 차별성을 주기 위해 '심리' 라는 단어를 첨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이 책은 표지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김형경의 심리/ 여행 에세이' 임이 분명하다. '심리 에세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게 인간의 심리에 대해 깊이있게, 쉽게 풀어쓰고 있다.  정신분석을 직접 체험한 작가의 글이기에 좀더 정확하고 이해하기가 쉽다.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이 '주변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심리서'로 이 책을 꼽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신뢰성을 엿볼 수 도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히 밝혀둘 것이 있다. 여행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작가가 여행을 다녀와서 쓴 글이긴 하지만, 여행지에 관해서는 간략하게만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게슈탈트의 말, 사람 풍경 138쪽>

작가의 시선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로 쏠려 있다.  여행에서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었거나 혹은 풍경처럼 그냥 지켜보기만 했던 사람들. 그리고  현재엔 그들의 흔적만이 남아 있는 과거의 사람들에게 까지도 그녀의 시선이 머무르고 있다.

작가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서 그들의 무의식의 세계를 훔쳐본다. 그들의 행동이나 말투 등 바깥으로 표출되는 것들을 통해 의식의 저편에 있는 무의식을 읽어내는 것이다. 단지 타인의 무의식을 읽어 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무의식을 대면하게 된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녀에게 여행은 관광의 차원이 아닌 현실의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는 회피, 도피와 다르지 않다. 또 한지. 그녀에게 여행은 의식의 저편에 억눌려 있는 자신의 무의식을 대면하게 되는 과정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독자는 그녀가 자신의 억압된 저편 세계를 발견해가는 과정을 통해서 독자 스스로도 똑같은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무의식으로 떠나는 여행서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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