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점득이네 ㅣ 창비아동문고 118
권정생 지음 / 창비 / 199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9.11 테러의 주범을 잡겠다고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을 때, 뉴스에선 무차별 폭격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사망하고 있다고 떠들썩했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면에선 미국의 전투기가 목표물을 향해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었다. 폭탄이 떨어질 때 마다 쑥대밭이 되는 저곳에 아이들이 있다니, 이 전쟁과는 무관한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죽어가고 있다니? 그 사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면서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인간의 목숨이 저렇게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니......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그때 TV 화면으로 본 것을 권정생 선생님의 소년소설 「점득이네」를 통해서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에게 흰 옷을 입고 모이게 해서 무참히 폭격을 가한 미군의 모습을 보면서 50년 전에 있었던 일이 지금도 똑같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무기는 최첨단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무고한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만행은 그때와 변함이 없구나.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 책을 보면서 그 해답을 찾았다. 무엇이 잘못돼서가 아니라 전쟁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게 무서운 것이라는 걸.
이 책은 점득이네 가족을 등장시켜 한국전쟁의 다양한 문제들을 고발하고 있다. 사람들 간의 관계가 단절되고, 아이들에겐 모든 것이 이해가 안 되고 의문투성이인 사회, 그곳이 바로 전쟁이 있는 곳이다. 전쟁은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는다. 오직 내 편과 적이 있을 뿐. 한 마을에서 자란 친구들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적이 되고, 한 배에서 난 형제가 빨갱이와 국군이 돼는 사회. 그것이 전쟁이다. 삶의 터전을 잃고, 가족을 잃고, 희망마저 잃어버린 사람들.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도 전쟁이다.
저자는 전쟁이 저질러 온 수많은 만행과 전쟁이 남긴 상처를 보여줌으로써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이것으로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에게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이 글을 쓴 의도가 아닐까 한다. 후세대들이 전쟁의 아픔을 제대로 알아야 이 땅에서 뿐만 아니라 지구촌 어디에서도 전쟁을 몰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