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할머니 중앙문고 45
파울 마르 지음, 유혜자 옮김, 프란츠 비트캄프 그림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여자아이가 어른들의 전유물로 생각되는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이 보인다. ‘기차 할머니(파울 마르 글, 프란츠 베트캄프 그림, 중앙출판사 펴냄)’ 표지에서 유독 독자의 시선을 끄는 그림이다.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에 흥미진진한 모험담이 펼쳐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표지그림처럼 간략한 선으로 표현된 삽화는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상황을 압축해서 표현한 간단한 그림이 책 속에 적절하게 배치되어 내용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한층 높이고 있다. 또한 책의 목차나 쪽수에 삽화를 넣어 긴 글에 익숙지 않은 2학년 아이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책은 주인공 울리의 기차여행이야기다. 여름 방학을 맞아 혼자 떠나게 된 기차여행에서 울리는 한 할머니와 동석하게 된다. ‘할머니는 심심해’라고 생각하는 울리에게는 반갑지 않은 할머니지만, 기차표를 찾는 데 할머니의 도움을 받으면서 울리의 기차여행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기차에서 만난 브뤼크너 할머니는 울리가 기차표를 찾느라 허둥대고 있을 때, 차분하고 지혜롭게 그 상황을 해결한다. 할머니에겐 살아온 세월만큼의 경험들이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이다. 울리에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면서 할머니는 여유로움과 지혜로움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 사건을 계기로 경험에서 나온 노인들의 여유로움과 지혜를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그러나 브뤼크너 할머니가 보여준 지혜로움이나 침착함은 노인들이 등장하는 글에서는 쉽게 만나게 되는 모습이다. 이 책의 다른 점은 할머니의 어린 시절을 조명하고 있고, 그 시절의 할머니를 굉장한 말썽꾸러기로 설정한 점이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어린 시절 이야기는 독자에게 위대한 영웅의 모험담과 같은 것이다. 아슬아슬하고 스릴 만점의 모험 영화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렇듯 작가는 할머니의 어린 시절을 통해 독자에게 이야기를 듣는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할머니에게 친근감을 갖게 한다.

  작가의 그런 노력은 할머니의 다른 재주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할머니는 아이들과 무엇을 하면 즐거운 시간을 만들 수 있는지 아는 분이다. 울리와 말 짓기 놀이나 동시 짓기 등 재밌는 놀이를 함께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작가는 그런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멀게만 느껴지고, 전혀 소통할 수 없을 것 같던 할머니를 울리 곁에, 독자 곁에 있게 만들었다.

  ‘할머니는 심심하다’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이 울리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할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 단지 추측으로 할머니의 모습을 단정 짓는다. 그럴수록 할머니와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진다. 이 책은 울리와 할머니가 많은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거리낌 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이 갖고 있는 할머니에 대한 편견을 허물고 새로운 인상을 심어준다.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할머니를 좀 더 친근하게 받아들일 것이고, 할머니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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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3 21: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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