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걸 정리해주는 사전
한근태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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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요즘 시대가 유행어와 맞춤법을 무시하는 표현이 쉽게 받아들여지고 사용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글을 쓸 때 맞춤법이나 올바른 표현법을 쓰려고 굉장히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서평 하나를 쓰면서도 애매할 때는 사전을 찾아보기도 하고 검색을 통해 어떤 것이 맞는 표현인지 확인한 후 쓰는 경우가 많다. 맞춤법도 그렇지만 한 문장을 읽었을 때, 주어와 동사가 맞지 않는다거나 전체적인 문맥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을 참지 못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완벽한 글쓰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을 하는 편이라 가끔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법한 가벼운 댓글 같은 것도 몇 번을 지웠다 쓰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애매한 걸 정리해주는 사전>이라는 책이 내 눈에 들어왔을 때, 오! 이거야말로 내가 참고할만한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정증보판이라는데 나는 처음 접해본다. 제목과 목차를 대충 보았을 때는 헷갈리기 쉬운 맞춤법이나 표현 같은 것을 명확히 판결해주는 '사전'의 역할에 충실한 책이지 싶었는데, 읽어보니 단순히 그런 것만 다루는 것이 아니고 단어나 표현의 어감이 주는 느낌이 다른 경우나 전혀 헷갈리는 단어는 아니지만 문학적인 느낌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경우, 그리고 영어를 한글로 번역하는 경우 같은 단어로 번역되지만 언어에 따른 미묘한 어감의 차이가 있는 경우처럼 다양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가나다 순으로 편집되어 있어 나중에 다시 찾아보기를 할 때, 쉽게 해당 항목을 찾아볼 수 있도록 되어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아쉽다. 이렇게 목차를 구성하니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에 포함된 내용의 선정 기준이 애매하다. '가르치다와 교육하다' 처럼 대체적으로 같은 의미처럼 사용되지만 사실은 다른 의미인 경우, '엄마와 어머니'처럼 어감이 다른 경우, '책임과 리스판서빌러티'처럼 한글과 영어의 차이, '다리와 터널'처럼 서로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 단어의 비교 등이 무작위로 되어있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다음 개정판이 나온다면 수록된 단어나 표현에 대한 명확한 분류 기준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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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으로 살다 - 짧지만 강렬하게 살다 간 위대한 예술가 30인의 삶과 작품 이야기
케이트 브라이언 지음, 김성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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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 중에는 유독 요절한 이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죽은 후에 훨씬 더 큰 명성을 얻었다. 천재들의 요절과 명성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저자는 그 관계는 만들어진 신화라고 말한다. 때이른 죽음과 엮인 인연으로 예술가는 신격화 되었을 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그 자체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저자는 만들어진 신화를 해체하여 위대한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새로운 '사후 생명'을 부여함으로 그들이 예술사에 진정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실 유명한 예술가들을 떠올려보면 그들의 작품도 작품이지만 파란만장한 삶이 먼저 생각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니까 그들 삶의 일부분이 너무나 유명해져서 예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아는 그런 것 말이다. 예를 들자면 빈센트 반 고흐나 모딜리아니, 툴루즈로트렉 같은 이들. 저자는 이들의 삶과 작품으로부터 신화적 요소를 벗겨내고 싶어한다. 그렇게 요절한 예술가들 30인의 삶과 작품을 우리 앞에 가져다 놓았다. 요절의 기준은 40세 초반까지로 잡았으며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로 불리던 라파엘로부터 2019년에 죽은 현대 예술가까지 시대를 불문하고 예술적 유산으로서의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30인을 선정했다. 대부분이 화가이지만 사진 예술가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저자의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아무리 대중을 독자로 한 교양미술서라고 하더라도 가끔은 지루하기도 하고 너무 학구적으로 파고들어 힘들게 하거나 아니면 너무 가벼운 가십거리로 둔갑시켜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둘 다 아니다. 예술가들에게 충분한 경외감을 표하면서도 글이 마치 재미있는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이미 알고 있는 화가들 뿐만 아니라 처음 들어보는 현대 예술가들을 다룬 부분(나는 현대미술에 큰 관심이 없어 현대 미술 특히 20세기 후반의 예술가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도 몰입도가 굉장했다. 심지어 그들에 대해 마구마구 검색하게 만들었다는. 이 책에 대한 찬사는 저자에게만 돌아가서는 안될 듯 하다. 번역하신 분에게도 마땅히 감사하지만 거기에 더해 추천사까지 훌륭하다. 나는 보통 책에 실린 추천사 같은 건 잘 읽지 않는데, 책의 첫머리에 실린 추천사조차 혜자스럽다. 특히 아프리카의 특별한 시간 관념인 '사샤'와 '자마니'의 개념은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예술 수호자들이 가져야 마땅한 태도를 짚어준다.


   30인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그들의 짧지만 강렬했던 예술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예술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작품에 시선을 두게 된다. 흔히 농담처럼 '짧고 굵게' 사느냐 '가늘고 길게' 사느냐를 이야기하는데, 의도이건 의도치 않았건 간에 '짧고 굵게' 살다간 30인 예술가들의 유산은 길게 이어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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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패로
메리 도리아 러셀 지음, 정대단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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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오나 목빼고 기다렸습니다. 드디오 오늘 받았으니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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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은밀한 감정 - Les émotions cachées des plantes
디디에 반 코뵐라르트 지음, 백선희 옮김 / 연금술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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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을 들려줬더니 식물이 더 잘 자라더라, 좋은 말을 해줬더니 더 쑥쑥 크더라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물론 식물도 감정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자신들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실제 (집에 작은 화분들이 몇 개 있기는 하지만) 이런 것들을 관찰하거나 실험해 볼 생각은 해본적이 없어서 크게 와닿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고 정말 깜놀했다!


   무엇보다 인간 이전에, 그것도 수십억년 이전에 이 지구상엔 식물이 먼저 존재했다는 그 당연한 사실에 새삼 놀랬다. 그렇다면 인간은 식물의 후손인 셈이다. 책에서는 인간을 '식물의 꿈'이라고 부른다. 의미인즉슨, 식물이 후손을 보장하기 위해 자기들에게 필요한 곤충이나 동물들을 상대로 유혹의 기술을 발휘한 것처럼 인간에게도 인간이 좋아할법한 향기나 색채, 모양 등으로 인간을 조종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인간은 전 세계에 식물의 종자를 퍼뜨리고 가꾸고 있으니 일리 있는 말이다. 심지어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서는 식물들이 '감정과 감탄과 예술작품에 대한 영감을 주기 위해 인간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나온다고 하니 (나 분명 변신 이야기 읽었는데, 왜 기억에 없지?) 식물이 만물의 영장이지 싶다.


   위 내용은 이 책에서 언급된 식물의 놀라운 특성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저 그럴 것이다라는 이론이 아니라 실제 실험, 그것도 어쩌다 한번이 아닌 반복적인 실험으로 증명된 식물의 다양한 감정과 자극에 대한 반응, 그리고 놀라운 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특히 뇌파 측정기에 연결된 식물이 인간의 행동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관한 실험은 정말 놀라웠다. 인간이 식물을 괴롭힐 생각을 했을 때 식물이 '의도'를 파악하고 탐지기 바늘이 치솟는 부분은 읽으면서도 믿기 어려웠다. 그러니까 식물이 자신이 협박받는다고 생각할 때마다 특정 반응을 보이는데 이 정신적 파장의 존재는 언제든지 실험으로 재현가능하다고 한다. 와..앞으로 식물 앞에서 말조심뿐만 아니라 생각도 조심조심해야지..


   또 한가지 의미심장했던 부분은 바로 식물의 이런 경이로운 특성들을 최대한 숨기고 싶어하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존재이다. 자신들이 만든 제초제나 농약같은 약물로 인한 이권을 지키기 위해 식물에까지 특허권 주장을 하는 그들의 욕심은 상상을 불허한다. 이왕 우리가 '식물의 꿈'이라면 악몽말고 좋은 꿈이 되도록 해보자. 저자가 글을 되게 재미나게 쓴다. 알고 보니 소설가다. 이 분 소설도 재미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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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 호텔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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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에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폰지 사기 사건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폰지 사기란 실제 돈을 굴려서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정상적인 투자가 아니라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일종의 다단계 금융 사기이다. 실제로는 그 어디에도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돈 넣고 돈 먹기 같은 쉽게 돈을 벌고자 하는 허황된 소망을 가진 이들의 심리를 이용한 사기 수법인데 그 원조가 미국의 '찰스 폰지'라는 사람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해서 폰지 사기라고 불리운다. 2008년에 있었던 사건은 한때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까지 역임할 정도였던 인물이었다고 하니 돈과 명성이라는 것의 가면이 주는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은 듯 하다.


   그런데 이 소설은 단순히 폰지 사기에 관한 내용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폰지 사기는 그저 소설의 배경이 되었을 뿐 폰지 사기에 당한 이들의 절박함을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기꾼들의 돈잔치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다.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인간의 삶이란 것이 한 끗 차이로 어떻게 180도 달라질 수 있는지에 관한 다소 복잡한 이야기랄까.


   제목인 '글래스 호텔'은 호텔의 이름이 아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들이 다양한 위치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엮이게 되는 장소는 바로 캐나다 밴쿠버섬 북단에 있는 황무지에 세워진 오성급의 카이에트라는 호텔이다. 휴대폰신호조차 잡히지 않는 이 곳은 주로 부유한 이들이 휴식을 위해 머물다 가는 곳으로 오로지 호텔에서 제공하는 수상택시로만 닿을 수 있는 곳이다. 바다와 숲으로만 둘러싸인 황무지에 찾아오는 이들은 정작 황무지로 들어가는 건 원하지 않는다. 황무지가 시작되는 곳인 카이에트호텔의 로비에 앉아 통유리를 통해 안쪽에서 황무지를 바라볼 뿐이다. '글래스 호텔'이라는 소설의 제목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 듯 한데, 유리라는 것이 주는 다양한 상징성을 내포한다고 볼 수 있다. 유리를 통해 보는 세상은 왜곡되어 보일 수도 있고 삶의 이 쪽과 저쪽을 나누는 경계선이면서도 쉽게 깨지는 속성으로 인해 위태위태한 삶의 이중적인 모습을 상징하기도 한다. 실제로도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 중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고 안정된 삶을 살아온 이들은 없다. '깨진 유리조각을 삼킨' 이들의 삶은 마치 폴이 작곡한 실험음악처럼 기괴한 불협화음을 내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기괴함과 예측 불가능한 삶의 변덕에 끊임없이 꼬임을 당한다.


   결국 폰지 사기 주동자들은 그에 맞는 형량을 살고 나오거나 감옥에서 삶을 마쳤지만 사기를 당한 이들의 삶과 주변 인물들은 그 충격을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십년이 지난 이후에는 그저 파티의 안줏거리로 전락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헛된 욕망을 꿈꾸고 가지지 않은 것을 탐한다. 그렇게 삶은 지치지도 않고 깨진 유리창을 원복시키면서 또 다른 목표를 향해 전진할 것이다. 작품을 다 읽고 나니 갑자기 이게 뭔가 싶다. 특별히 재미있지도 흥미롭지도 않은 소설인데,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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