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으로 살다 - 짧지만 강렬하게 살다 간 위대한 예술가 30인의 삶과 작품 이야기
케이트 브라이언 지음, 김성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술가 중에는 유독 요절한 이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죽은 후에 훨씬 더 큰 명성을 얻었다. 천재들의 요절과 명성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저자는 그 관계는 만들어진 신화라고 말한다. 때이른 죽음과 엮인 인연으로 예술가는 신격화 되었을 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을 그 자체로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저자는 만들어진 신화를 해체하여 위대한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새로운 '사후 생명'을 부여함으로 그들이 예술사에 진정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실 유명한 예술가들을 떠올려보면 그들의 작품도 작품이지만 파란만장한 삶이 먼저 생각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니까 그들 삶의 일부분이 너무나 유명해져서 예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아는 그런 것 말이다. 예를 들자면 빈센트 반 고흐나 모딜리아니, 툴루즈로트렉 같은 이들. 저자는 이들의 삶과 작품으로부터 신화적 요소를 벗겨내고 싶어한다. 그렇게 요절한 예술가들 30인의 삶과 작품을 우리 앞에 가져다 놓았다. 요절의 기준은 40세 초반까지로 잡았으며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로 불리던 라파엘로부터 2019년에 죽은 현대 예술가까지 시대를 불문하고 예술적 유산으로서의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30인을 선정했다. 대부분이 화가이지만 사진 예술가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


   저자의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아무리 대중을 독자로 한 교양미술서라고 하더라도 가끔은 지루하기도 하고 너무 학구적으로 파고들어 힘들게 하거나 아니면 너무 가벼운 가십거리로 둔갑시켜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은 둘 다 아니다. 예술가들에게 충분한 경외감을 표하면서도 글이 마치 재미있는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이미 알고 있는 화가들 뿐만 아니라 처음 들어보는 현대 예술가들을 다룬 부분(나는 현대미술에 큰 관심이 없어 현대 미술 특히 20세기 후반의 예술가들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다)도 몰입도가 굉장했다. 심지어 그들에 대해 마구마구 검색하게 만들었다는. 이 책에 대한 찬사는 저자에게만 돌아가서는 안될 듯 하다. 번역하신 분에게도 마땅히 감사하지만 거기에 더해 추천사까지 훌륭하다. 나는 보통 책에 실린 추천사 같은 건 잘 읽지 않는데, 책의 첫머리에 실린 추천사조차 혜자스럽다. 특히 아프리카의 특별한 시간 관념인 '사샤'와 '자마니'의 개념은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예술 수호자들이 가져야 마땅한 태도를 짚어준다.


   30인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그들의 짧지만 강렬했던 예술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예술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작품에 시선을 두게 된다. 흔히 농담처럼 '짧고 굵게' 사느냐 '가늘고 길게' 사느냐를 이야기하는데, 의도이건 의도치 않았건 간에 '짧고 굵게' 살다간 30인 예술가들의 유산은 길게 이어지길 소망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