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 개정증보 3판
서중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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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를 다룬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에 객관화가 쉽지 않고 여전히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와의 이해관계가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현대사를 알아야 하는 것은 의무이기도 하다. 세상 나라 중 부침이 없는 나라가 있겠냐마는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로도 모자라서 해방 이후에도 너무나 많은 굵직한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만 생각해보아도 해방 후 신탁통치로 인한 남북 분단, 한국전쟁, 장기집권을 위해 헌법을 유린했던 이승만 정권을 비롯해 박정희의 유신정권, 그리고 전두환과 노태우의 군부통치. 그 시기에 있었던 제주 4.3 사건, 4.19 혁명, 부마항쟁, 5.18 민주혁명, 6.10 민주항쟁 등 진실을 제대로 읽어내야 할 역사가 너무나 많다.


   서중석 교수의 #사진과그림으로보는한국현대사 는 1945년 해방 이후부터 이명박 정권까지를 다루고 있다. 현대사의 '결정적 순간'을 중심으로 저술한 책이라 저자의 다른 저서인 총 20권의 <한국현대사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특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적 순간을 포착한 사진은 물론이고 그 시대의 신문이나 만평, 각종 통계 자료와 참고 자료 등을 풍성하게 담고 있어 더 생생한 역사 읽기가 가능하다. 역사란 정치가 전부가 아니며 정치 또한 혼자서만 나 홀로 길을 가지 않는다. 정권을 잡은 이들이 어떠한 가치와 신념을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 사회와 문화 전반은 물론이고 국민의 미래까지 담보로 하게 된다. 클릭 몇번을 통해 수집한 자료나 이야기들을 진실로 알거나 전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나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그저 시류에 휩쓸려 남이 결정해 준 의견이 마치 자신의 결정인 것처럼 행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


   흔히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현대사는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최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으로 기록하는 것이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카더라 통신이나 정확하지 않은 자료는 배제하고 새로운 자료가 나올 때마다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이 개정증보 3판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시대에 이런 책이 나오는 것이 가능함에 감사한다. 몸이 기억하는 과거에 사로잡혀 아직도 빨갱이 타령을 하는 이들이나 본인들이 어떻게 세뇌를 당했는지 깨닫지도 못한 채 그저 옛날이 좋았지라며 유신정권을 옹호하는 이들 앞에 놓아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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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고전 살롱 : 가족 기담 - 인간의 본성을 뒤집고 비틀고 꿰뚫는
유광수 지음 / 유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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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 특히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읽고 싶어한다. 마음 가는 대로 감상하면 그만이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특히 신화 속 장면이나 의도를 다분히 품고 있는 근대 미술 이전의 회화작품들이라면 알고 보면 더 재미있고 놀라운 것이 사실이다. 문학 작품도 그럴까? 어렸을 때 읽었던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누군가가 '너 그거 사실은 이렇게 읽어야 해' 라고 말하거나 교과서에서 문학작품에 밑줄을 그으면서 난도질을 해야했던 시간들이 싫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누군가가 '사실 홍길동도 똑같은 놈이야'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이 책은 한마디로 문학작품 특히 우리가 예전부터 동화책이나 교과서로 접했던 고전문학들, 그 중에서도 가족이야기가 중심인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해부하는 '문학작품 큐레이팅'을 시도한다. 언뜻 생각하면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 뭐가 더 있을까 싶기도 하고 장화와 홍련전에 새로운 이야기가 뭐 있나 싶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도 가끔 의문을 품었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아니, 흥부는 일은 안해? 왜 여자는 수절을 해야 해? 이렇게 스쳐지나가며 농담식으로 했던 질문들에 대한 명쾌한 답변은 물론이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고전문학 속에 담긴 소름끼치는 세뇌와 강요된 이데올로기를 너무나 직설적이고 거침없이 담아낸 작품이다.


   가정폭력을 넘어 가족괴담 혹은 가족기담으로까지 불릴 수 있는 이야기들을 우리는 고전문학이랍시고 교훈적 이야기랍시고 넙죽넙죽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쥐변신설화 속 '쥐뿔도 몰랐냐'라는 말이 지닌 여성에 대한 폭력성, 열녀전에 교묘하게 숨어있는 지배적 이데올로기, 자식을 생매장하는 것이 지극한 효성으로 읽히는 손순매아전 등 읽으면 읽을수록 와...이런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나 역시도 어느 정도는 이데올로기에 동조했던 것이구나라는 부끄러움이 들었다. 특히 가장 충격이었던 건 <장화와 홍련>전이다. 그저 장화와 홍련을 구박했던 나쁜 계모이야기려니 했는데 사실은 계모가 문제가 아니라 친아버지인 배좌수의 '은폐된 패륜'이었다니. 그저 역사속에서만 강요된 이데올로기나 이념적 세뇌를 찾으려고만 했는데 알고보니 고전문학이 보다 뿌리깊고 보다 근원적인 잘못된 욕망의 진원지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가족을 볼모로 말이다. 이 '문제적 고전'들을 아이에게 읽어주는 부모나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교사들은 무조건 읽어야 하는 책이다.


참고로 책에서 다룬 작품을 소개해본다.


쥐 변신 설화, 옹고집전, 배따라기

열녀함양박씨전

홍길동전, 사씨남정기, 춘향전

구운몽, 옥루몽, 홍계월전

흥부전, 심청전, 변강쇠가

손순매아, 헨젤과 그레텔, 장화홍련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여우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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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천문학 - 미술학자가 올려다본 우주, 천문학자가 들여다본 그림 그림 속 시리즈
김선지 지음, 김현구 도움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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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 내 스타일의 책을 만났다. 미술과 역사를 전공한 저자가 천문학자인 남편의 도움을 더해 완성한 책이니 미술에서도 천문에서도 기반이 단단하게 세워져 있으니 믿을만하다. 게다가 대중적이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소재이다. 우리는 태양계 항성 및 행성의 이름이 로마 신화 속 신들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음을 알고 있다. 목성은 주피터(제우스), 금성은 비너스(아프로디테), 수성은 머큐리(헤르메스) 등 죄다 신들의 이름이고 그들 주위를 도는 위성의 이름도 신화에서 차용되었다. 하다못해 그들을 탐사하려고 보내는 탐사선조차도 신화에 나오는 이름들로 명명한다. 왜 그렇게 지었는지, 왜 하필이면 목성은 주피터이고 해왕성은 넵튠일까. 목성이 넵튠이고 해왕성이 주피터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사실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게 다 이유가 있는 작명이었던거다. 목성을 넵튠이라고 하고 해왕성을 주피터라고 했다가는 신들이 버선발로 달려와서 항의할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림속천문학 은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로 첫번째 파트를 시작한다. 그러니까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이고 4개의 위성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런 모습이 신들의 제왕인 주피터를 연상시킨 것이다. 심지어 목성 주위를 도는 4개의 위성은 각각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라 이름지었다. 모두 제우스가 헤라의 눈을 피해 사랑했던 이들이다. 저자는 이렇게 작명 센스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들을 소개한다. 목성, 금성, 명황성, 토성, 해왕성, 천왕성, 수성, 달, 화성, 태양 이렇게 총 9개의 행성(태양은 항성이고 달은 지구의 위성이지만)에 대한 재미있는 작명 이야기와 그림들로 첫번째 파트가 구성되어있다. 두번째 파트는 '그림 속에 숨어있는 천문학'이라는 부제로 하늘 특히 별을 그린 작품들과 천문학과 관련된 도상이나 상징들을 화폭 속에 담은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그저 그림들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논란이 되었던 혹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인 그림들을 둘러싼 소문과 토론들 그리고 밝혀진 진실 등을 서술하고 본인의 생각까지 더해 마무리 한다.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재미와 지식이 골고루 담겨있어 미술, 신화, 우주를 좋아하는 나같은 독자에게 안성맞춤인 책이다. 고대인들은 인간 세상을 설명하기 위해 신화를 창조했고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동시에 동경하던 하늘과 우주의 신비 속에 신들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신들의 세계를 예술작품으로 남겨 경외심을 표하는 동시에 그들을 다시 인간 세상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의 위대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미술학자의 시선으로 우주를 바라보고 싶은 사람 손! 천문학자의 시선으로 그림 속에 숨겨진 우주의 상징들을 엿보고 싶은 사람 손! 손 든 사람 모두 이 책으로 모일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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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유럽 - 도시와 공간, 그리고 사람을 만나는 여행
조성관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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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은 세계 대륙 중 내가 가장 애정하는 곳이다. 물론 아직 가보지 못한 대륙 2개가 남아있고 대륙 안에서 가보지 못한 무수히 많은 장소들이 있지만 지금까지는 유럽이 단연 꼭대기를 차지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이야기'가 아닐까. 유럽이 품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현재에도 고스란히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는 인류 문명과 예술의 발전 같은 거창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커피가 마시고 싶어 카페에 들어갔더니 우리나라에서는 이순신 장군이 태어나기도 전에 생긴 카페더라랄지, 동네 공원인 줄 알고 갔는데 쇼팽 묘지가 있더라랄지, 축구장만한 크기의 땅에 2711개의 콘크리트 열주들이 세워져 있어 봤더니,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이었다랄지 같은 사소한 듯 하면서도 깊은 놀라움을 안겨주는 것들이 포함된다.


   이 책은 파리, 빈, 프라하, 런던, 베를린, 라이프치히, 이 6개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는데 저자의 기존 저작물인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에 모두 담지 못하고 남은 자투리 이야기들로 펴낸 책이라고 말한다. 자투리 이야기라고 해서 대충이라거나 재미가 없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미 가지고 있는 범위 안에서 구성하다보니 약간 하다 만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도시들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그 도시들이 배경이 되는 영화가 먼저 등장하는데 마지막 도시인 '라이프치히'는 관련 영화가 없다. 꼭 영화를 포함시키지 않아서가 아니라 왜 라이프치히였을까라는 느낌? 런던에서는 왜 굳이 닐슨 제독 이야기만 있어야 할까? 파리와 빈에서 카페와 묘지 이야기가 중심이었다면 런던에서는 펍이 나왔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사소한 아쉬움들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책이다. 특히 영화와 여행은 원래 찰떡 궁합인 소재인지라 소개된 영화도 보고 실제 여행지에 다녀도 온 사람이라면 다시 짐을 싸고 싶은 충동이 생기거나 영화라도 한번 더 봐야 마음이 안정될 지도 모르겠다. 유럽 곳곳에 숨어있는 작은 이야기들로 운동화끈을 단단히 매어놓았다가 언제라도 달려갈 수 있는 준비를 해두는 것도 좋겠다. 아무리 글로벌 시대이고 집에 앉아 클릭 몇번으로 보지 못하고 살 수 없는 것들이 별로 없다고는 하지만 직접 가지 않고서는 알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것도 있는 법이다. 언젠가 출발할 나만의 유럽을 위해 #언젠가유럽 으로 나만의 테마를 정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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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으로 물들다, 나만의 실내 정원
오하나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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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집은 오피스텔이라 베란다도 없고 집이 넓지도 않아서 딱 요만큼의 식물과만 함께 하고 있다. 베고니아, 아이비, 파키라, 고무나무 등이고 가끔 계절별로 작은 꽃 화분 하나씩 놓는 것이 전부다. 생각 같아서는 더 많은 공간을 초록으로 물들이고 싶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특히 식물이 많아지면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거창한 원예관리 같은 책 말고 집에서 나처럼 식물 몇가지만 데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 없을까 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만났다.


   보통 식물을 구입할 때, 물은 얼마나 주면 되나요? 요거 한가지만 물어보는데 사실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물주기만 알아서는 될 일이 아니다. 이 식물이 햇볕을 좋아하는지 그늘을 좋아하는지 덩굴로 자라는지 포복성인지, 분갈이나 가지치기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 등 식물의 기본 특성들을 우선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내 집의 환경에 알맞는 식물을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같은 화분이라도 식물의 상태나 계절에 따라 관리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으니 그 점도 고려해야 한다.


   #초록으로물들다나만의실내정원 - 이 책은 위에서 언급한 식물 키우기의 기본 사항들부터 차근차근 시작해 집안의 장소에 따라 키우면 좋을 식물들로 분류하여 약 70여 종의 식물들 하나하나에 대해 특징과 기르기 정보나 팁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예쁜 사진들은 덤이다. 나의 경우 거실 창가 쪽에서만 식물을 두고 있어 거기에 해당되는 부분을 중점으로 봤는데, '주방, 화장실, 현관' 등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식물을 두는 경우, '침실이나 공부방, 서재'에 두는 경우, '거실이나 사무실'에 두는 경우, '베란다, 창가'에 두는 경우 등 집에서 식물을 기를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집안 환경과 자신의 기호에 맞는 식물 몇가지는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데려오고 싶은 아이들이 너무 많아 고민될 지도 모르겠다. 


   나는 좀 더 여유가 생긴다면 폭포처럼 하트 모양의 잎사귀를 늘어뜨리는 러브체인이나 히아신스 같은 구근 화초에 도전해 보고 싶다. 이 책 한권이면 실내 식물들을 잘 키우지 못할까봐 지레 겁먹고 데려오지 못하는 일은 없을 듯 하다. 식물들 옆에 두고 늘 펼쳐보면서 나의 사랑스러운 초록이들을 잘 관리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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