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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고전 살롱 : 가족 기담 - 인간의 본성을 뒤집고 비틀고 꿰뚫는
유광수 지음 / 유영 / 2020년 6월
평점 :
미술 특히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읽고 싶어한다. 마음 가는 대로 감상하면 그만이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특히 신화 속 장면이나 의도를 다분히 품고 있는 근대 미술 이전의 회화작품들이라면 알고 보면 더 재미있고 놀라운 것이 사실이다. 문학 작품도 그럴까? 어렸을 때 읽었던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누군가가 '너 그거 사실은 이렇게 읽어야 해' 라고 말하거나 교과서에서 문학작품에 밑줄을 그으면서 난도질을 해야했던 시간들이 싫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 누군가가 '사실 홍길동도 똑같은 놈이야'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이 책은 한마디로 문학작품 특히 우리가 예전부터 동화책이나 교과서로 접했던 고전문학들, 그 중에서도 가족이야기가 중심인 작품들을 본격적으로 해부하는 '문학작품 큐레이팅'을 시도한다. 언뜻 생각하면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 뭐가 더 있을까 싶기도 하고 장화와 홍련전에 새로운 이야기가 뭐 있나 싶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도 가끔 의문을 품었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아니, 흥부는 일은 안해? 왜 여자는 수절을 해야 해? 이렇게 스쳐지나가며 농담식으로 했던 질문들에 대한 명쾌한 답변은 물론이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고전문학 속에 담긴 소름끼치는 세뇌와 강요된 이데올로기를 너무나 직설적이고 거침없이 담아낸 작품이다.
가정폭력을 넘어 가족괴담 혹은 가족기담으로까지 불릴 수 있는 이야기들을 우리는 고전문학이랍시고 교훈적 이야기랍시고 넙죽넙죽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쥐변신설화 속 '쥐뿔도 몰랐냐'라는 말이 지닌 여성에 대한 폭력성, 열녀전에 교묘하게 숨어있는 지배적 이데올로기, 자식을 생매장하는 것이 지극한 효성으로 읽히는 손순매아전 등 읽으면 읽을수록 와...이런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나 역시도 어느 정도는 이데올로기에 동조했던 것이구나라는 부끄러움이 들었다. 특히 가장 충격이었던 건 <장화와 홍련>전이다. 그저 장화와 홍련을 구박했던 나쁜 계모이야기려니 했는데 사실은 계모가 문제가 아니라 친아버지인 배좌수의 '은폐된 패륜'이었다니. 그저 역사속에서만 강요된 이데올로기나 이념적 세뇌를 찾으려고만 했는데 알고보니 고전문학이 보다 뿌리깊고 보다 근원적인 잘못된 욕망의 진원지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가족을 볼모로 말이다. 이 '문제적 고전'들을 아이에게 읽어주는 부모나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교사들은 무조건 읽어야 하는 책이다.
참고로 책에서 다룬 작품을 소개해본다.
쥐 변신 설화, 옹고집전, 배따라기
열녀함양박씨전
홍길동전, 사씨남정기, 춘향전
구운몽, 옥루몽, 홍계월전
흥부전, 심청전, 변강쇠가
손순매아, 헨젤과 그레텔, 장화홍련전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여우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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