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 성운
이반 예프레모프 지음, 정보라 옮김 / 아작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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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쓰인 시기에 대한 이해 없이 읽으면 굉장히 이상하다고 생각할만한 작품. 소련과 미국의 냉전 시대, 그리고 그들이 우주를 두고 한참 경쟁하면서 소련이 우위를 점하던 시대의 소련을 대표한 SF 작가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읽는 편이 좋다. 작품의 명확한 시대적 배경은 나오지 않지만 지금으로부터 수천년 후의 미래이고 지구는 멸망하지 않고 하나의 세계가 되어 있고 호모 사피엔스는 무언가 한차원 더 나은 종족으로 진화된 상태인데 작가는 이 세계를 공산주의적 유토피아가 실현된 세상으로 그리고 있다.

지구에서 뿐만 아니라 인류는 우주에서도 다른 지성들을 발견하여 '위대한 원'이라는 체계를 통해 통신을 주고 받고 있으며 과학의 발달은 여전히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머나먼 우주를 향해 도전장을 내밀도록 격려하고 있다. 이야기는 우주와 지구, 이렇게 두 곳을 배경으로 교차진행된다. 에르그 선장이 이끄는 제37 성단 탐사대 탄트라 호는 갑자기 통신이 끊긴 지르다 행성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곳으로 향하는 중이고 (이제 인류는 지구를 구하는 미션을 넘어서 우주를 구하기까지 해야한다..아..피곤하다) 이 과정에서 '철의 행성'의 중력에 끌려 그 곳에 착륙하게 된다. 철의 행성이란 열이 꺼져서 눈에는 보이지 않는 T 등급의 철이 많은 별로 그곳에 행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나가게 되면 어마어마한 행성의 중력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잡혀버리게 된다는 우주 비행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행성이다. 두둥..탄트라호는 철의 행성에서 무엇을 발견하게 되고 과연 지구로 무사히 귀한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긴장감을 주고 싶지만 사실 이 미래의 인간들은 초울트라 파워급 멘탈과 신체 능력과 의료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것들은 그렇게 초초초 발전된 상상의 기술로 무장했으면서 유독 통신이나 저장장치 같은 것들에서는 작가의 상상력이 그다지 많이 발휘되지 않았다는 점도 이야기의 불균형을 느끼는데 한몫한다.

그래도 우주 이야기는 꽤 재미있는 편이나 지구에서의 이야기는 아주 지루...너무 심한 공산주의적 유토피아에 대한 찬양과 뜬금없이 고대 문명들은 왜 그렇게 파헤치는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분열된 세상이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그 시대의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는 않지만 나왔다 하면 부정적 시각에다 의미없는 이상한 연설들은 선전용 홍보물 같은 느낌으로 전달된다. 암튼 역사적 가치는 있을 지 몰라도 문학적 가치는 의문을 품게 되는 작품. 게다가 범지구적인 세상에서 이상한 인종주의적 발언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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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생리학 인간 생리학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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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갑자기 하지만 새삼 얻은 깨달음 - 왜 수백년 혹은 수천년 전의 책을 읽어야 하는가. 바로 예나 지금이나 사피엔스들이 사는 세상과 본성이 별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 19세기의 프랑스 공무원 사회를 풍자한 발자크의 작품이 오늘날 대한민국에도 촌철살인이 될 수 있다니! 19세기 프랑스는 몇번의 혁명을 겪고 왕정과 공화정이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시대의 특정 직업군을 풍자하고 까발리는 풍자문학이 성행했다고 한다. '~의 생리학'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타난 이러한 작품들은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고 하는데 발자크 역시 이 시류에 합류하여 <공무원 생리학>과 <기자 생리학>이라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공무원도 공무원이지만 당시 프랑스 기자들 역시 기레기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우리나라도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명제 하에 너도 나도 공무원이 되겠다며 대학입시보다 더한 경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공무원 시험이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1800년대 프랑스 사회도 마찬가지였던 모양.

만일 그대가 아이에게 물려줄 연금이 없다면 어떡하지?

(중략) 만일 그대에게 동산이나 부동산이 없다면 가장 큰 사회적 가치 가운데 하나인 이름을 물려주면 좋은데, 이것도 없다면 어떡하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을 대체할 만한 재능이라도 있으면 좋은데, 이것도 없다면?

그렇다고 해서 제발 이런 원색적이고 처절하며 잔인한 말은 하지 마시기를

"우리 아이는 공무원이 될거야!"

아, 나도 안다. 지금 이 시대에 행정직만큼 선망하는 게 없다는 것을. 고등학교에는 이런 꿈을 가진 아이들이 득실하다.

본문 p35-36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공무원들의 관료주의와 일 처리 방식은 도마 위에 오른다. 한번이라도 공무원을 상대하면서 분통 터지는 경험을 했던 이들이라면 발자크의 통쾌 유쾌 상쾌한 씹는 글들을 읽으며 기분을 풀어볼 수 있으리라.

낭비는 도덕적으로나 법률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사안이다. 다만, 각 부처끼리 서로 공모하면 된다. 그러면 낭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유출'을 하려면 시급하지도 꼭 필요하지도 않은 공사를 하면 된다. 철로를 놓는 대신 기념탑을 세우거나 마차를 끄는 말들의 마구를 새로 달아주면 된다..(중략)

본문 p30

그가 뭘 먹고 사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자기 봉급은 먹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본문 p53

이렇게 '좋아요'를 백번이라도 누를만한 공감백배 되는 이야기가 있는 반면 프랑스 관료 조직에 대한 명확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번역자의 주석이 꽤나 많이 있는 편이긴 하지만 발자크가 쏟아내는 문장들에 대한 온전한 공감은 어려웠다. 그렇더라도 한번쯤은 읽어 보면 좋을 작품이다. 물론 300여년 전과 지금이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이 절망이 될 지 위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책에는 '임시직'에 대한 단상도 포함되어 있는데, 역시나 지금과 단 한치도 다르지 않다는 점이 놀랍다. '임시직'은 자신이 노력하면 언젠가 정규직이 되리라 믿고 있지만 그 천진함도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에는 불평등과 절대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꿈도 꿀 수 없는 계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임시직들의 천진함도 오래 가지 못한다. 청년은 곧 차장과 자기 사이에 존재하는 어마어마한 거리를 알게 된다. 이 거리는 그 어떤 수학자도, 그러니까 아르키메데스도, 뉴턴도, 파스칼도, 라이프니츠도, 케플러도, 라플라스도 측정하지 못했던 거다. 0과 1사이에 그렇게 큰 거리가 있다니.

본문 p111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비슷할 것이 분명한 공무원의 습성과 본질에 대한 발자크의 13가지 명제를 증명하거나 반박해 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도전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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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 음식 :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 띵 시리즈 2
미깡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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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 : 라면> 편에 이은 '띵' 시리즈인데 이번에는 해장 음식이다.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이라니..띵 시리즈 저자들의 작명 센스는 한 수 배울 만하다. 해장 음식이니 당연히 '술'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게다가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실 수 있다는 말은 그만큼 주당이라는 소리일테고 그것도 주변에 본인과 비슷한 레벨의 주당들이 포진해 있는데다 심지어 남편까지 술을 사랑해마지 않는 분인 듯 하다. 타고난 술꾼은 술만 잘 마신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못지 않게 해장도 잘 해야 한다는 것을 영혼을 다해 설파하는데 어디 특허라도 내주고 싶은 마음이다. 평소에 뭘로 해장해야 할 지 결정장애가 있으신 분들은 이 책을 참고서 삼아 고이 모셔두길 권장한다.


라면 이야기보다 한 술 더 떠서 이번에는 책을 읽고 있으면 각종 해장 음식은 물론이거니와 술까지 셋트로 구비되어 있지 않으면 책을 읽는 내내 괴로워진다. 그나마 다행인 건 페이지 페이지가 웃기고 재미있어서 먹고 마시는 생각을 조금은 미룰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자꾸 냉장고 쪽을 흘겨보는 건 어쩔 수 없다. 그 안절부절함은 이 책을 선택한 독자가 감내해야 할 업보 같은 거다.


나는 해장이 필수일 정도로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지만(뭐 한때는 그런적이 없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차가운 냉면 같은 음식보다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선호한다. 그래봤자 기껏 생각할 수 있는 건 콩나물국밥, 순대국, 해장국, 라면 정도인데 이 책을 보니 해장 음식의 세계도 무궁무진하다. 특히 '전국 노래자랑'을 패러디한 '전국~ 해장국 자랑'에는 침을 흘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아빠와 나와 순댓국' 이야기에서는 마음이 찡 해졌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순대국집 '햇빛촌'을 보고 소리 지를 뻔 했다. 바로 내가 회사를 옮기기 전까지 동료들과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진짜 이 집 순대국 너무 예술이거든. 순대국을 못먹던 내가 순대국을 입문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회사를 옮기는 바람에 그 곳을 못가게 되어 다른 곳에서는 순대국을 먹을 맘이 영 안생긴다.


전국 애주가분들, 자칭 타고난 술꾼이신 분들, 술 마시면 꼭 해장이 필요하신 분들, 그저 술자리가 좋은 분들은 모두 모이시라. 해장의 정석!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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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오브 더 시 에프 그래픽 컬렉션
딜런 메코니스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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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프의 그래픽 컬렉션 신간이 이번에 또 나왔다. 지난번 <밤으로의 자전거 여행>은 내용과 걸맞는 환상적인 일러스트가 압권이었다면 이번 <Queen of the Sea>는 역사적 사실 한토막에서 빌려온 소재와 몽테 크리스토 백작이 갇혀 있었던 사토 디프 감옥이 있는 외딴 섬이 연상되는 알비온 왕국에 속한 작고 본토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이름 없는 작은 섬을 배경으로 한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매력인 작품이다.


   바다와 항해중인 선원들을 돌본다는 엘리시아 성녀를 수호성인으로 하는 엘리시아 수녀회 소속의 작은 수도원 하나가 이 섬의 전부이다. 그곳에는 한명의 신부와 여섯명의 수녀 그리고 세명의 하인과 열두살짜리 여자이아이인 마거릿이 전부이고 일년에 두번, 봄과 가을에 레지나 마리스호가 보급품을 싣고 오는 것이 마거릿이 외지인을 볼 수 있는 전부다. 마거릿은 자신이 어떻게 이렇게 외딴 섬에 오게 되었는지 궁금하지만 수녀님들은 자세히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뭐, 마거릿은 이 섬에서의 생활이 재미있지만 예배당에 있는 '비통한 성자와 애도하는 성모' 조각이나 회의실에 있는 '에드먼드 왕과 엘리노어 공주의 초상화'처럼 엄마나 아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마거릿은 이 섬에 다른 아이 한명만 보내달라고 날마다 기도한다.


   마거릿의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당근! 하지만 소원이 가져온 이 작은 섬과 수녀원에 얽힌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에 이어 마거릿이 이 섬에 오게 된 진짜 이유까지! 작가의 상상력은 16세기 영국의 그 유명한 헨리8세가 벌여놓은 파란만장한 사건에서 빌려온 것이다. 바로 메리1세가 자신의 이복 여동생인 엘리자베스를 런던 탑에 가둔 사건인데 그 뼈대만 빌렸을 뿐 다른 모든 건 픽션임을 말해둔다. 이번 작품은 그래픽 노블 치고는 글밥이 많은 편이지만 스토리가 탄탄한데다가 각각의 캐릭터들이 아주 매력적이다. 게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오는 유머코드가 빵 터지게 만든다. 그래픽 노블의 수준을 가늠하는 일러스트 역시 정교함과 섬세함으로 무장한 것은 기본이고 스토리와도 찰떡이다. 역시 에프 그래픽 컬렉션! 이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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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입문자를 위한 Wine Book - 대한민국 여성 1호 소믈리에의
엄경자 지음 / 아티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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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화이트 와인의 계절이다. 지금부터 여름까지는 레드 와인에는 손이 안간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곳이라 유럽 아그들이 대부분인데, 프랑스 애들과 이탈리아 애들이 서로 잘났다고 싸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와인이다. 자기네 와인이 더 훌륭하다고 핏대 세우는 거 보고 있으면 재미있다. 사실 와인 뿐만 아니라 올리브 오일 가지고도 난리다. 여기에 가끔 양념으로 스페인 아이들이 합세하기도 하고.


   처음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을 때는 나름 이 책 저 책 많이 읽었는데, 와인에 대한 경험 부족을 이론이 메꿔주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마시는 게 먼저라는 생각으로 진짜 많이 마신 것 같다. 물론 그래봤자 데일리 와인을 벗어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이제 와인 관련 서적들을 읽을 때라고 본다. 그래서 대한민국 여성 소믈리에 1호라는 엄청난 타이틀을 가진 저자의 두툼한 책을 골라보았다. 대부분의 와인 서적들의 그렇 듯 이 책도 기본적인 와인에 대한 상식을 시작으로 나라별 구분법을 따른다. 뭐니뭐니 해도 아직까지는 프랑스가 먼저다. 프랑스 와인에 이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이탈라이, 스페인 같은 유럽의 다른 지역들의 와인이 다루어지고 그 다음은 미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등 신대륙 와인, 그리고 아시아 와인이 마지막이다.


   나라별 와인의 특징과 주로 사용되는 포도 품종은 물론이고 지역별 유명 와이너리에 관한 이야기나 특정 와인과 관련된 에피소들들이 중간 중간 읽을거리로 들어있어 지루하지 않다. 와인에 관한 지식 전달 뿐만 아니라 와인 비평가나 기관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와인 세계의 어두운 면도 다룬다. 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떼루아의 특성을 무시한 채 와인에 가해지는 획일적이고 인위적인 터치에 대한 우려나 기후의 온난화로 인해 와인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는 내용도 흥미롭다. 흔히 알고 있는 나라나 지역이 아닌 생소한 곳의 생소한 품종으로 재배되는 와인에 대한 소개에도 지면을 할애하고 있어 와인입문자로서는 차고 넘치는 분량이니 두고두고 참고해 가면서 와인에 대한 나만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겠다.


   오늘은 영화 사이드웨이를 다시 보면서 피노 누아를 꺼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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