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멋대로 해라 감독판 박스 세트 - MBC 미니시리즈
박성수 감독, 양동근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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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온통 잘나고 똑똑하고 부자인 사람들만 득시글대는 드라마판에서 복수와 경을 만난 건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평범하다 못해 비루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들. 하지만 그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건 복수와 경이 아무도 가지지 못한 것을 가졌기 때문일 거다. 그들은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았고, 가족을 사랑할 줄 알았고, 그리고 특별한 서로를 알아보는 눈을 가졌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치열하게 살아간다. 복수의 아버지는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복수를 사랑하는 미래도 연적인 경에게 애증의 감정을 갖고 있으며, 심지어 자기 마음대로 사는 무식한 경의 아버지도 아내에게 사랑받지 못함을 가슴 아파한다. 이들의 이야기가 이해되고 공감 받을 수 있는 건 결국 이것이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일거다. 결코 절대선과 절대악으로 양분되지 않는 우리의 세상사이기 때문일거다.

+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희열님이 이 드라마를 보고 라디오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요즘 이 드라마 너무 잘 보고 있어요........(중략).........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말이죠, 공효진씨가 이세창씨한테 '아저씨 너무 느끼해'라고 하는 거였는데, 아니 어쩌면 그렇게 내 심중에 있던 말을 잘 표현했는지 속이 다 시원하더라니까요....' 하하하. 정말 너무나 공감되지 않는가?^^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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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림책 - 중부유럽편 여행 그림책 1
안노 미츠마사 그림 / 한림출판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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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친구가 주문, 배달된 이책을 보고 말했다. '야, 그림책을 왜 샀냐' 내가 말했다. '정서발달 좀 할라고' 그래서 나는 요즘 이 책을 보며 정서발달 노력 중이다. 메마른 내 가슴에 비가 내리길. 촉촉하게 말고 아주 좍좍!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는 하지만 나같은 성인에게도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물론 거기엔 약간의 노력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암, 정서발달이 거저되는 건 아니겠지. 특히 나같이 메마른 성인에겐. 흑.

자기 전에 이 책을 보면 꿈 속에서 어디로든 갈 수 있다. 미국도 남극도, 그리고 네버랜드도. 가끔은 하염없이 길을 걷기만 하다가 끝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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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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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감상에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그들이 이 책 속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봤다는 거다. 아니면 보이는 부분만 봤거나.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면, 그건 그 사람이 현재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원래 사람은 무엇보다 자신이 중요하며, 자신의 고민에 대해서 어디에서든 답을 찾고자 하니까.

난 원래 성장 소설이나 영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데미안을 좋아하고, 노르웨이 숲을 좋아하고,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좋아하며, 빌리 엘리엇을 좋아한다. 나의 심리상태가 그들과 같아서? 혹은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이 대견해서? 그건 잘 모르겠다. 그냥 그들이 생각하고 겪어가는 일들에 대해서 너무나 빨리 감정이입이 되어 왔다.

혹시 그건 나 역시 그들과 같은 불안정한 시기를 겪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겉으로 티내지 않아도, 자신이 확실히 인지하지는 못해도 누구나 그런 시절을 겪게 마련이니까. 그래서 다른 사람은 이 시기를 어떻게 겪어내는지, 혹은 이겨내는지 지켜보고 싶은 것일 게다. 혹시 거기서 답을 얻게 될지도 모르니까. 게다가 나는 아직도 그 시기를 겪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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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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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이다. 허삼관 매혈기. 중국소설. 왠지 낯설다. 중국소설은 처음 접해보는 탓이겠지(삼국지 수호지 등 고전을 제외하고 중국의 현대소설을 접하기는 참 어렵다).

이 책에는 이렇다할 반전도 없고, 복잡한 캐릭터를 등장시키지도 않고, 그저 허삼관이라는 사람의 일생을 평면적으로 엮어낸다. 어려운 삶 속에서 자신의 피를 팔아 연명해가는 생활. 솔직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특히 풍족하게 자란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리 실감나지 않는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IMF 등 어려운 시기에서도 최전방에서는 약간 비껴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삼관의 모습이 가슴에 와닿는 것은, 그가 머지않은 미래에 닥칠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은 아닐까. 세상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더이상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은 없고, 자식들마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생의 끝. 그렇게 허삼관의 모습은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의 궁극적인 모습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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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뻐?
도리스 되리 지음, 박민수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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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울하다. '나 이뻐?'라는 다소 명랑하고 유치한-_- 제목에 걸맞지 않게 그 내용들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얘기하고 있다. 그것도 좀 우울하고 아릿하게. 그래서 나처럼 기분전환용으로 읽었다가는 큰 코 다치기 쉽다. 내 주위의 사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게다가 인생의 외로움(거창하게도!)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니까.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파니핑크'도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끊임없이 'come zur mir'를 되뇌이지만 그녀에게 왔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거의 빠짐없이 자신의 삶에 좌절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 권태에 빠져서, 또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것이 없어서. 좌절하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이고 그 원인도 참 다양하지만, 나타나는 현상은 하나다. 울거나 자살하거나. 이야기를 읽다보면 독일 사람들이 정말 이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그들은 정말 이런 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어떻게보면 이렇게 우울하게 살 필요가 있을까라고까지 생각이 드는 그들의 삶. 이 주인공들의 문제가 결국은 온 인류가 겪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겪게될 그런 문제인걸까?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의 주인공이 서로 엮여있다는 거다. 그래서 다시 이 책을 읽을 땐 한편 한편의 주인공의 이름과 특징을 메모하며 읽을 생각이다(나처럼 병적으로 주인공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엔 다른 도리가 없다ㅠ_ㅠ). 어떤 이야기에서 부수적인 인물로 등장했던 인물이 다른 이야기에선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지닌 주인공이다. 그건 마치 어떤 인물의 삶에 악당으로 끼어든 사람이라도 그 사람 역시 아픔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변하는 듯하다.

모처럼 오랜만에 읽어본 색깔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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