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뻐?
도리스 되리 지음, 박민수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우울하다. '나 이뻐?'라는 다소 명랑하고 유치한-_- 제목에 걸맞지 않게 그 내용들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얘기하고 있다. 그것도 좀 우울하고 아릿하게. 그래서 나처럼 기분전환용으로 읽었다가는 큰 코 다치기 쉽다. 내 주위의 사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게다가 인생의 외로움(거창하게도!)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니까. 하긴 지금 생각해보면 '파니핑크'도 그리 유쾌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끊임없이 'come zur mir'를 되뇌이지만 그녀에게 왔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거의 빠짐없이 자신의 삶에 좌절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 권태에 빠져서, 또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것이 없어서. 좌절하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이고 그 원인도 참 다양하지만, 나타나는 현상은 하나다. 울거나 자살하거나. 이야기를 읽다보면 독일 사람들이 정말 이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그들은 정말 이런 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어떻게보면 이렇게 우울하게 살 필요가 있을까라고까지 생각이 드는 그들의 삶. 이 주인공들의 문제가 결국은 온 인류가 겪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겪게될 그런 문제인걸까?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의 주인공이 서로 엮여있다는 거다. 그래서 다시 이 책을 읽을 땐 한편 한편의 주인공의 이름과 특징을 메모하며 읽을 생각이다(나처럼 병적으로 주인공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엔 다른 도리가 없다ㅠ_ㅠ). 어떤 이야기에서 부수적인 인물로 등장했던 인물이 다른 이야기에선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지닌 주인공이다. 그건 마치 어떤 인물의 삶에 악당으로 끼어든 사람이라도 그 사람 역시 아픔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변하는 듯하다.

모처럼 오랜만에 읽어본 색깔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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