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간만에 가독성 높고 재밌는 작품을 만났다.
번역본이 이렇게 술술 읽힐 수 있다니 반가웠다. 잘 읽히면서 내용도 어렵지않은 편이다. 별4개를 주려다가 결말부분에 이르러 5개로 바뀌었다.

제목 그대로 향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냄새(smell)와 향기(perfume)의 쓰임새가 떠오른다. 보통 냄새는 부정적이거나 중립적으로 쓰이고 향기는 긍정적인 뉘앙스로 좋은 냄새로 쓰이듯이 말이다.

냄새에 대한 상세한 묘사, 냄새를 채취하여 향수를 제조하는 방법, 향기를 유지하는 방법 등 우리가 당연시 여겼던 후각의 소중함을 깨우쳐주기도 한다.

주인공 그루누이는 태어날 때부터 악취를 맡으면서 후각의 천재로 자란다. 절대음감처럼 절대후각이라하면 알아듣기 쉬울까? 후각이 보통 사람의 몇 배는 민감하고 아주 먼 곳에서 풍기는 냄새까지 맡을 수 있고 하나하나 세세한 분류와 한번 맡은 냄새는 결코 잊지않는 기억력까지 갖추었다. 또한 그 냄새를 머릿속에서 혼합해서 새로운 냄새로 만들줄도 안다.


베토벤이나 모짜르트라면 음악의 신동이라 불리지만, 후각의 신동이란 말은 들어본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작가는 그것을 글과 상상력으로 창조해 냈다. 가히 예술적이고 창의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주인공 그루누이는 사이코 패스의 변형된 모습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루누이는 외모, 음식 등 다른 것들에는 관심이 없다. 오직 좋은 향기만을 좇아 향기를 얻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그런데 우연치 않게도 좋은 향기를 가진 여자가 향기뿐만 아니라 남들이 보는 눈에도 미인이라는 것도 흥미로웠다. 미인=좋은 향기를 소유. 우리의 현실과도 일치하는 것처럼 보인다랄까?

자라온 환경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한 인간의 실존성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끔 한다.


인기있는 남자와 여자의 겨드랑이 땀에서 악취를 제거한 `페로몬 향수`를 아시는가!

소개팅날 무조건 씻는게 능사는 아닐지도 모른다.

외국에서 이 페로몬 향수를 뿌리고 다녔더니 이성과 사랑에 빠질 확률이 올라갔다는 장면이 기억난다.

딱 그 장면처럼 그루누이는 자기가 개발한 신적인 향수로 모든 사람에게 자신을 사랑하게 만든다. 자기가 원하던 상황과는 반대로 치닫으며 비극을 경험하기도 한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외모가 화려하거나 특출나지 않는데 많은 사람들한테 고백받고 연애도 많이 하는 사람들을 봤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사람들에게는 좋은 향기를 가지고 태어나 그렇게 사랑을 많이 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성격이 좋다던지 각기 보는 눈이 다르기도 하고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말이다.

좋은 향기를 후천적으로라도 만드려 노력해야할 것이다. 어떤 위인을 만나면 그 사람의 독특한 아우라를 느끼듯이 말이다. 그 아우라가 향수일지도 모른다!

냄새로 시작해서 냄새로 끝나는 것을 보고 주인공이 인간의 냄새가 역겹다는둥, 벗어나고 싶다고 하는 것이 작가 자신이 은둔자 생활을 하는 이유를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간은 사악하고 역겹고 더러운 냄새가 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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