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 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간만에 가독성 높은 작품을 만났다. 단편소설이긴 하지만 말이다.음 단편이라하기에는 조금 길고 중편이라하기엔 짧은? 그런 정도의 분량이지만 쉽게 읽히니 금방 읽을수 있다.

2작품 모두 재미가 있다.

체스이야기는 과연 글로 체스 두는 모습을 어떻게 묘사할지 호기심을 갖고 읽었다.

체스판을 두고 a1, c2, g5 가로, 세로에 영어와 숫자를 붙인 형식으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체스를 두는 장면은 극히 일부분이다.

두 주인공이 체스대결을 펼치는데, 주인공 첸토비치는 문법 형식도 제대로 맞추어서 대화할 줄 모르는 모자란 아이였다. 우연히 체스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체스를 두게 되면서 자신이 체스의 천재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체스 대회를 나가고 온 상을 휩쓸며 챔피언이 된다.

심리학에서는 자폐증에 걸린 아이가 뇌에서 보상심리가 작동하여 한쪽 능력이 부족한 부분을 다른 능력으로 극대화시킨다고 ebs 방송에서 본 기억이 떠올랐다. 첸토피치가 바로 그런 유형의 인물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 챔피언과 우연히 같은 배를 탄 남자(B박사)와 대결을 벌이게 되는데, 그 남자는 전쟁에 휘말려 정신적 고문(독방)을 당하다가 25년 만에 나온 인물이다. B박사도 심리학적인 설명으로 말하자면, 인간이 아무 상호교류도 없이 혼자 며칠이나 지낼 수 있는지 실험한 결과가 떠올랐다.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지켜보는 모습... 시간이 흐를수록 정신이상자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라고 하지들 않는가...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내가 만약 저 상황이라면 어떨까 생각도 해보았다.

‘나는 잡생각이 많으니까... 군대에서 야간 보초 근무스면서도 생각을 많이 했었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버티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오늘 우연히 이 책을 잃고 역시나 내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B박사라는 인물은 독방에 갖혀 있으면 정신병에 걸린다는 이론을 알고 있었기에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고 그렇게 발버둥을 친 것이다. 아마 그 이론을 몰랐다면 더 버티는데 힘이 들어 굴복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버티려고 안간힘을 쓰는 심리묘사가 나만의 착각이지만 간접경험을 하게 해주어서 재밌었다. 아무리 상상력으로 버틴다한들 시계가 없다는 사실이 나를 무너뜨릴 것 같다. 몇시간을 잤는지 지금이 밤인지, 낮인지...많이 답답할 것이다.

여하튼 줄거리로 다시 넘어가면, 심문을 받으러 기다리던중 대기실에 걸린 외투 주머니 안에 우연히 발견한 책을 훔쳐서 독방으로 가져왔는데 하필 체스 교본책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챔피언의 경기를 다룬 150회의 경기이다. 결국 그 안에서 그 책을 달달 외우고 완전히 습득하기까지 하고나니 더이상 할 게 없어서 이제는 두뇌로 체스를 두기 시작하는데 체스는 원체 상대가 있어야 하기에 자기가 임의적으로 자신을 2개로 나누어 정신 속에서 체스 경기를 하며 나중에는 광기에 빠지게 된다. 혼잣말을 하고 폭력적으로 변하다가 손으로 의도치않게 창문을 깨트려 병원 실려갔다가 의사의 도움으로 석방하게 된다.

B박사는 우연히 챔피언의 체스 경기를 관람하다가 끼어들어서 훈수를 두는데 무승부로 만들어낸다. 이에 관람자들은 환호하게 되고, 다음날 진검승부를 펼친다.

의사는 B박사에게 체스중독증에 걸렸으니 체스를 하면 안 된다고 처방을 내렸지만, B박사는 자신이 머릿속에서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 실제에서 적용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시험해보고 싶은 충동에 대결을 벌이게 된다. 과연 누가 이겼을까?

역자 해설을 보니 저자가 프로이트의 영향이 컸다고 하니 프로이트의 이론을 소설로 옮겨놓은 느낌이랄까? 여하튼 교양 심리학 도서로도 재밌게 읽기 좋은 작품인 것 같다.



낯선 여인의 편지는 상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한 여인의 심리는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작품인 것처럼 느꼈다. 남자가 쓴 소설인 것을 감안하면 저자도 남자의 비극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일편단심의 순수한 여인이랄까. 이 남자의 사랑을 받을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내놓겠다는 사랑의 의지! 여자는 그럴 수 있지만 남자는 그러지 못하다 라는 것은 씁쓸한 이야기이다. 물론 대부분의 남자가 그러하다. 아닌 남자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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