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기요시코 카르페디엠 11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오유리 옮김 / 양철북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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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기요시코. 

푸른색 바탕에 모자를 푹눌러 쓰고 입을 다문 아이, 기요시코. 말은 하지 않은 것 같고 앞으로도 말을 하지 않은 채로 가만히 서있을 것만 같다. 

나는 기요시코와 함께 나의 어린 시절을 같이 뒤돌아 걸었다. 행복했던 일보다는 답답하고 어렵고 울고 싶었을 때로 말이다. 자신의 비밀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하고 자기소개조차 잘 말하지 못하는 아이, 기요시코. 그리고 나. 

소년은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말의 첫 음이 막혀 다음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가’행과 ‘다’행 탁음, 긴장하거나 흥분해서 숨을 잘못 쉬면, 다른 음으로 시작하는 단어까지 전부 막혀 버린다. 말을 더듬는 것이다. 미안하다(고멘나사이)는 말도, 갖고 싶은 게임기 이름도, 그리고 자신의 이름까지 목구멍에서 걸려버리고 만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막히는 단어를 피해 다른 단어를 생각해 내느라 애를 쓰거나 아애 말을 하지 않는다. 친구들은 소년을 놀리거나 그냥 무시해 버린다. 더구나 아버지 일 때문에 전학은 밥 먹듯이 간다.

 기요시코에게는 자기소개 하는 것도 고역이다. 이야기는 기요시코의 어린시절부터 청년이 될 때 까지 이어진다. 

어린 시절이야기 에서는 나도 기요시코를 따라갔다. 난 남들 앞에 서는 것에도 겁을 내고, 목소리도 작고, 글씨도 잘 모르는 아이였다. 어떤 행동에서 화를 내야하는지, 어떤 말에 고맙다고 해야 하는지,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하는지를 잘 몰랐고, 책을 읽을 때 혹 아는 글씨가 나와도 읽지 않았다. 한 창 얘기를 하다가 백지가 되거나 하는건 나와 똑같다. 

다른 공간에 다른 시간에 살았던, 살지 않았던, 기요시코를 통해 내 어린시절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어린시절의 아픔이 해결 되었다기 보다는 같이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말하지 않고 손을 잡고 있었던 것 같았다. 

기요시코의 말더듬은 나아지지 않지만, 말하지 않아도 조급해 하지 않는 어른이 되어간다. 

 “품에 안겨 말을 할 수 있을 때가 있으면, 말하지 못할 경우도 있을 거야. 하지만 누군가에게 안기거나 손을 맞잡으면, 네 마음속에 있던 생각은 꼭 그 사람에게 전달돼. 

그것이 진정으로 전하고픈 이야기라면... ... 전해진다. 꼭."

 “너는 잘못된 게 아니야. 외톨이가 아니야. 외톨이인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어. 네가 안고 싶은 사람이나, 손을 맞잡고 싶은 사람은 어딘가에 반드시 있고, 널 안아 줄 사람이나 네 손을 잡아줄 사람도 이 세상 어딘가에 꼭 있어.” 

소년은 다시 한 번, 이번에는 좀 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에서 어스시의 마법사를 번역한 시미즈 마사코 할머니를 만났을 때 내가 '안녕, 기요시코'를 좋아한다고 했다. 시미즈 마사코 할머니는 자기도 무척 좋아하는 동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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