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탄생 -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
전인권 지음 / 푸른숲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한국 문화가 얼마나 특별한지 누구나 알 것이다. 특히 남녀 차별이라든가 남성 중심의 사회 문화가 다른 나라와 비교될 정도로 좋지 않다는 것을 다들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나도 한국 남성으로써 부끄럽기도 하고 이런 현실에 답답하기도 하다. 이 책은 이런 나에게 그 답답함을 시원하게 풀어 줄 것이라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책을 덮는 순간 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마지막 까지 줄곧 저자의 유년 시절 이야기로 거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분량으로 따진다면 90% 이상은 될 것 같다. 이해를 돕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들려주는 것은 좋은데, 그에 대한 분석과 비판이 너무 적게만 보인다. 그나마 있는 분석 글도 이상하게 대부분 각주 형식으로 담겨 있는데, 난 왜 이렇게 했는지 이해 할 수 없다. 본문에 같이 있어야 되는 내용을 구석에다 그것도 눈 아프게 조그만 글씨로 적혀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저자의 자서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저 한 남자의 평범한 유년 시절 이야기만 있기 때문에 자서전 정도로 보기에도 너무 부족하다.

한국의 어른들은 어린이들을 물건처럼 다룬다는 표현이나 아버지를 살해한다는 표현 등을 보면서 뭔가 확실히 보여 주는가 보다 했는데, 더 이상 별 특별한 주장이 없다. 웬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지 않고 넘어간 느낌이 듣다. 그리고 프로이트의 심리학을 한국에 맞추어 재해석 하려는 등 나름대로 준비는 많이 한 것 같은데, 그 분석 내용이 너무 적다.

어린시절 아버지 이야기와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는 빠짐 없이 들려주는데 반해 막상 알고 싶었던 청년 시절 이야기는 아예 없다. 특히 청년기를 맞는 한국 남자가 젊은 여성을 어떻게 대하게 되는지 듣고 싶었지만 전혀 없다. 한국 여성들을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라는 의식 없이 단순히 성적 관심 또는 능력없는 가정부 정도로만 바라보는 한국 남자들을 외국과 비교해가며 분석하고 비판할꺼라 기대하였는데, 내가 책을 잘 못 골랐단 말인가!

각 부분의 주장도 대부분 우리가 평소에 알고 있는 정도, 예를 들어 가부장적인 사회 구조라던가 위선을 강요하는 교육 문제 등을 말하고 있어 식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부끄러운 이야기까지 솔직하게 들려주는 것에 대해서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정작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그만 동심에 빠져서 지나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뭔가 빠진 느낌이 드는것이 무었일까?

저자가 책을 다 적고 나서 스스로 만족하였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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